가슴 벅찬 두근거림에 한숨 크게 내쉬어
세상을 담아 보았던 봄의 따스함을 보내고,
뜨거워진 햇살에 눈살을 찌푸리다
봄에 만난 설렘을 가을 산책길에서 만나야지 했던 참이었다.
가을이 닿은 그 길에는 생명의 반짝임은 없었고,
훈훈하게 기분 좋아지는 느린 바람도 없었다.
못다보낸 여름의 뜨거움과 다가올 겨울의 찬 기운이 빠르게 달리느라 내 볼에 머물 새 없이
바람에 실려 가버린다.
갑자기 맥이 빠진다.
봄을 아쉽게 보내며 가을이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그 아침 그 길에는 오매불망 기다린 님이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며 그 봄에 나는 더 햇살을 만나고
간질거리는 그 바람을 만나러 쉼 없이 나갈 것을..
뒤늦은 후회에 돌아오지 않는 시간임을 알지만, 후회라도 해보며 위로한다.
세상을 배운다.
세상 안에 머무르고 있는 삶을 배운다.
좋았던 그 순간과 똑같은 순간을 만나기는 어려우니 순간이 좋았다면, 그 순간의 행복이 벅차다면,
맘껏 후회 없이 누려야 함을,
후회는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잠시 위로가 될 뿐임을, 후회되지 않는 삶이 없겠지만
그래도 매 순간이 최선이 되게 살아보자고,
그리고 그것에 는 무엇보다 나를 돌보며 나를 아끼는 것을 우선으로 할 것임을 나는 새겨본다.
봄의 위로가 그리워지니
그 계절에 담은 사진을 돌아본다.
사진이 있어 얼마나 다행이던가,
사진이 귀했던 시절의 이야기들은 내 기억 안으로
후벼 들어가야 해서 그리움에 먹먹해질 때가 많은데, 봄의 사진을 들여다보니
그 먹먹함은 뒤로 밀려 난다.
어느 계절을 좋아하세요? 라는 질문에
언제나 망설이다가 “겨울이요” 라고 했었다.
내가 태어난 계절이란 게 이유였다.
식상하고 의미 없는 이유였음을 나는 올해 마흔의
내 삶에서 온전히 나를 들여다보며 알게 되었다.
나는 ‘봄’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