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봄
찔레꽃이 가을의 한 자락 사이에 피어났다.
5월의 찬란함이, 지나고 나니 아픔이었음을 알았기에
가을의 잎사귀와 그 사이 하얀 꽃잎들이 자리 잡았다.
그저 가만히 있었는데,
그저 최선을 다했는데,
한 번도 예측하지 못한 아픔이 터진 가을이었기에
붉은 빛깔의 아픔이 그림에 녹았다.
그러자 초록이 위로한다
5월의 찬란한 초록이 아닐지라도
초록빛이 빗물에 흘러내려 그 색이 흐트러져 방황하여도 녹색을 담고, 또 이어 담아 나를 위로한다.
그러면 봄이 오겠지.
다시 찬란하게 설레는 봄이 오겠지.
잎들이 만나고 닿아 그림이 완성되듯
조각난 나의 일상이 다시 일어서겠지.
내년 5월 즈음엔 봄의 잎과 꽃을
그릴 수 있겠지?
수채화의 색과 물과 붓의 터치에 위로받았던
가을의 찔레꽃, 무심히 바라보며
그리고 곧 봄이 올 거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