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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횬 Nov 14. 2022

홀로서기

가을나무이야기


햇살이 눈이 부셔 살짝 감았다 뜬 두 눈에 담긴

나무는 홀로서기 중.


어딘지 모를 이곳을 잠시 스쳐가며 너를 보았네

불안과 초조함은 가라앉고 이미 많은 것을 놔 버린 듯

이제 남은 잎들과 잘 헤어지기 위해

애써 웃고 있네


초록의 무성한 잎들의 마음이 붉게 변할 때는

큰 황망함에 점점 말수가 줄어가던 너를 보았고

인사도 없이 널 떠나 다른 이에게 내려앉을 때는

큰 배신감에 부들부들 떨던 너를 보았네


세상의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임을 알게 되었고,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영원함이 없음을 알게 되었네


푸르던 날들은 이제 기억 속에서 만날 수 있음에

기억을 잡고 힘겹게 끌어내어

그 기억의 끝에 서서 차가워지는 내일을 만나겠지.


푸른 잎들만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던 너의 어제가

어리석지 않았어, 그저 넌 네 삶에 최선을 다한 거야


세상이 무너짐에 쓰리고 아파하는 너의 오늘은

더 자라고 단단해지기 위한 시간이 될 거야


매서운 차가움을 홀로 견뎌내야 하는 너의 내일을

나는 길고 긴 따뜻함으로 응원할테니


하루, 두려운 차가움에 맞서고,

또 하루, 너를 흔들리게 하는 거센 바람을 막아내고,

또 다음날, 너를 감싸는 하얀 무엇을 만나,

그 다음 날, 햇살에 따뜻한 기운이 담길 때 즈음

더 크고 푸르른 너를 만날 것이니,


힘겹고 아픈 홀로서기를 이제 웃으며 마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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