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고슴도치의 가시는 말랑말랑해
불어오는 바람에 더 촉촉해지고,
편안한 자유로움에 빛이 났었지
그 예쁜 세상이 평생 함께 있을 거라 믿으며
말랑한 가시를 뽐내었단다.
어느 날, 고슴도치의 세상이 두근거림으로 요동치고 땅에 닿은 네 발이 둥실 떠 있는 듯
사랑으로 가득 찬 하루들을 선물 받았어
그저 빛나는 세상에서 더 빛나는 사람이 되었지
그리고
하루도 떨어져 있기가 싫어 서로의 평생 짝이 되었고
말랑한 가시들의 닿임은
매일 서로에게 서로의 존재를 알려주며
삶의 이유가 되어주었네
어느 날은 어깨 위 가시의 날을 세우며
서로 자신의 말이 맞다며 으르렁 거렸지만
금세 서로의 가시를 토닥여주며 다시 유연하게
길들여줬단다.
그렇게 익숙해지고 서로가 일상에 스며들어
소중함의 감정을 노력으로 느낄 때쯤
세월이 묻은 가시는 단단해졌지
그것이 세월이 묻어져서인지를 모르고
단단해진 가시가 서로를 아프게 할 때마다
마음이 변해서라 여겨 더 뾰족하게 공격하고
깊은 상처들을 주고받았단다.
.
.
.
그렇게
그렇게
빛을 잃은 시간들을 함께 보내며 아파하다
어느 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단단해진 가시를 한참을 바라보았네.
언제 이렇게 단단해진 걸까?
왜 이렇게 뾰족해진 걸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
긴 시간 깊은 생각안에 머무르며
마침내 알게 되었지.
소중함의 감정들이 쌓이고 쌓여
익숙한 일상이 세월이 되고,
그 세월이 만든 단단한 가시는
어느 고슴도치나 매한가지인 것을,
가시들이 맞물리면 아픔이 덜하다는 것을,
그렇게 자연스러운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 쉬운 것을 왜 생각 못했었을까?
아픈 가시에 당황하여 서로의 탓만 하느라
비난과 투정으로 흙투성이 안에서
뒹굴었던 거구나.
고슴도치는 이제야 고개를 끄덕였지.
그리고
함께 걸어갈 남은 길들이 자연스레 소중해졌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