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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횬 Dec 18. 2023

웃음을 디자인하는  스테파노 지오반노니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사람들은 어떤 디자인을 선호하고 찾을까?


다음의 언어들에서 나에게 좋은 디자인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자.


보기 좋은’  

‘시각적으로 튀는’

독특한’

끌리는’

'편한’

‘느낌이 좋은’

'효율적인’

'내구성이 뛰어난’

‘색이 매력적인

'흥분되는’

'우아한'

'가성비가 좋은'


 나에게 좋은 디자인이 어떤 것인지 생각했을 때 성별, 세대별로 차이가 분명 있겠지만, 보통 소비자는 보기 좋은 예쁜 디자인과 사용하기 쉽고 편리한 디자인을 ‘좋은 디자인’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심미성과 기능성이 잘 어우러지는 디자인을 이야기하며, 최근에는 환경 문제가 전 세계적인 관심으로 대두되며 디자인에서도 지속가능성의 영역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들이 쏟아지며 우리는 디자인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유튜브를 비롯한 알고리즘에 의한 SNS 속 쇼츠영상들에서 만나는 일상의 제품 광고들은 소비자가 자신의 선호를 생각하고 필요성과 끌림을 발견하기 이전에 무수한 (어쩌면 정신없는) 정보를 제공하며 소비자들의 생각을 흐려버린다. 많은 디자인 제품들의 홍수 속에서 좋은 디자인의 의미는 퇴색된 지 오래이다. 그러나 영리한 소비자들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지갑을 열지 않는다. 영리한 소비자들은 남들에 의한 선택을 하지 않는다. 이제 그들이 열광하는 디자인은 바로 자신이다.


그들은 남들과 똑같은 상품 구매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남들과 다른 새로운 경험을 찾으며, 내 삶의 가치에 부합하고 나만의 스토리텔링을 만들 수 있는 상품에 열광하고 있다. 이에 좋은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필수 조건은 사람에 대한 이해 능력이다. 좋은 디자이너는 사람들이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또 무엇을 하기 원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가치 있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오늘날 디자인 사고를 통한 소비자 이해를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가치 있는 경험을 줄 수 있는 상품을 기획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새로운 임무가 된 것이다.


그것은 감성 디자인 영역과도 연결된다. 비슷한 가격과 품질, 기능을 갖춘 제품 중에서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실질적 기준이 되는 것은 제품의 형태, 색상, 소재, 마감 상태 등의 감성적인 요소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도 자신이 선호하는 색상과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따라서 제품을 디자인할 때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의 발굴 및 적용이 중요하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감성디자인은 최근 디자인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이다. 감성디자인의 목표는 새로운 것을 창출하거나 기존 제품의 개선 및 보완작업을 통해 소비자의 감성 만족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세계 3대 산업 디자이너 중 하나로 꼽히는 스테파노 지오반노니 Stefano Giovannoni의 디자인에서는 놀이공원의 감성을 만날 수 있다. 유쾌하고 즐겁고 짜릿하다.  앞선 카림 라시드와 같이 그 역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디자인’ ‘널리 쓰이는 제품’을 창조하는 데서 산업디자인의 유의미함을 찾고 있다.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디자인을 색다른 시각으로 재탄생시켜 누군가의 감성을 쿡쿡 찌른다.


스테파노 지오반노니는 1954년 이탈리아 출생으로 피렌체 대학 건축학과를 졸업하였고 졸업 후 에토레 소트 사스, 멘디니 등의 기업과 합작으로 작업하다 제노바 대학교, 피렌체 대학교의 건축과 교수로 재직하였다. 이후 알레시와 같은 디자인 회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디자이너 최초로 300개 이상의 메탈과 플라스틱 제품을 출시하며 산업 디자이너로서의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그의 디자인은 모두 폭발적인 반응과 기록적인 판매를 거두었고, 1990년대 Super & Popular 디자이너의 칭호를 얻었다.


“내가 제품을 디자인하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널리 유용하게 쓰이는 제품으로서의
가치를 위해서다”


그의 제품을 만나보자. 카림 라시드와 마찬가지로 그의 디자인 역시 우리의 일상에 가까이 있었다. 첫 번째 그의 제품은 봄보 스툴이다. 스테파노 지오반노니(Stefano Giovannoni)의 '봄보 스툴'은 플라스틱 의자 중 단연 성공작이라 할 수 있다. 1997년 출시 이후 엄청난 판매량으로 그 당시 주목받지 못했던 이탈리아의 가구 회사 '마지스(magis)'를 살려낸 효자 상품으로 15개의 컬러가 나오고 있다. 둥근 좌판에 길고 날씬한 다리와 플라스틱과 크롬 도금 스틸의 상반되는 디자인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으로 지금도 많은 곳에서 이용되고 있다.  음식점이나 바 같은 곳에서 한 번쯤 본 디자인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카피된 제품 중 하나이다. 이전까진 찾아보기 힘들었던 미래적인 디자인이었으며 360도 회전, 높이 조절 등 기능성과 편안한 착석감까지 갖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https://dplotpop.co.kr/18921/


두 번째로 소개할 디자인 제품은 토끼의자이다. 지오반노니의 디자인 중 비교적 많이 알려진 작품으로 의자를 귀여운 토끼 모양으로 디자인한 모습은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이 의자는 큰 것과 작은 것 두 개가 있는데 작은 것은 아이가 큰 것은 엄마나 아빠가 앉는 것으로 두 의자에 앉아 부모가 아이와 함께 마주하고 있는 모습을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번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의자는 행복을 가져다주는 디자인이라 하는 것이 옳은 듯싶다.

(119) Pinterest

                                                                                                                           

세 번째 작품은 알레시와의 협업으로 제작한 주방용품들이다. 그는 이쑤시개통으로 디자이너로서의 명성을 얻기 시작했으며 그만의 익살스러운 디자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작고 길쭉한 원기둥 모양의 통에 토끼 캐릭터가 있는 디자인인데 길게 솟은 귀를 잡고 올리면 이쑤시개가 잡기 편한 방향으로 나오게 되어 있다. 별 것 아닌 사소한 물건이지만 그의 디자인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동심 한 스푼, 귀여움 한 스푼, 위트 한 스푼을 얹은 듯한 그의 레빗 체어는 플라스틱 소재 외에도 금속 마감 처리된 것과 벨뱃 소재까지 고루 갖추고 있어 분위기에 맞게 선택이 가능하다. 의자이면서도 동시에 포인트 오브제로서의 기능으로서도 완벽하다.

Pinterest



피노키오 얼굴 모양의 깔때기 '피노'는 피노키오의 긴 코를 이용한 깔때기로 둥근 얼굴 뒤로 액체를 부으면 코 부분을 통해 따를 수 있다. 깔때기의 기능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위트가 담겨 있는 제품으로 심플한 주방에 포인트가 되기에도 좋을 것 같다. 또한 사용후기를 통해 꽤 견고하고 마감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구매욕구가 생기는 제품이다.

HISTORY OF THINGS: THE FUNNEL: LA COLLEZIONE (ht-funnel.blogspot.com)



치코(cico)라는 소금통과 숟가락이 달린 달걀 컵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사용하지 않지만 유럽과 다른 나라에서 덜 익힌 달걀을 먹을 때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친숙함과 실용성, 내구성을 모두 갖춘 디자인에 위트를 더했다.

(119) Pinterest



그는 우리나라 기업들과의 협업으로 이미 우리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제품들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 LG전자에서 출시한 세상에 없던 가전 '오브제'는 가구 형태의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로 생활공간 속 예술 작품 또는 실내 장식의 일부가 되어 공간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단순함의 극치를 보이는 보이는 오브제의 가전 디자인을 스테파노 지오반노니가 이끌었으며 그는 가전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며 기본적인 성능뿐 아니라 집 안 인테리어와 최고의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을 추구하여 브랜드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

'거장'에게 듣는 'LG 오브제' 디자인의 비밀 : 네이버 포스트 (naver.com)


또한 파리바게트와의 협업으로 일회용 잔이 디자인되었는데 재치 있고 귀여운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었다. 컵홀더를 옷으로, 컵 뚜껑을 모자로 표현해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화제] 커피, 독특한 테이크아웃컵이 '돈'을 부른다 (newspim.com)


배스킨라빈스와의 협업을 통해 2019  배스킨라빈스 31의 아이스크림 컵 패키지디자인은 '2019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와 '2019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할 정도로 디자인적인 가치가 높다. 스테파노 지오반노니'와 협업하여 탄생한 알록달록한 색감의 캐릭터들이 함께 뛰어노는 콘셉트의 패키지디자인이라고 한다.

배스킨라빈스, ‘2019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본상 수상 (mtn.co.kr)


2023년에는 어느 곳에 두어도 오브제가 되는 아이스크림 스쿱퍼를 출시했다. 단단해 보이며, 기능성이 뛰어날 것 같은 스쿱퍼를 미리 알지 못해 소장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스테파노 지오반노니 스쿱퍼 .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우리 일상에 따뜻한 감성을 불어넣는 디자인, 유쾌함과 재미를 주는 디자인, 반전의 요소로 짜릿함을 주는 그의 디자인은 마치 놀이동산과도 같다. 이제 소비자가 선택하는 디자인은 ‘보기 좋은’,  ‘시각적으로 튀는’, ‘독특한’, ‘끌리는’, '편한’, ‘느낌이 좋은’, '효율적인’, '내구성이 뛰어난’, ‘색이 매력적인’, ‘ '흥분되는’, '우아한', '가성비가 좋은' 디자인에서 더하여 사람의 마음에 쿡 머물 수 있는 디자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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