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즉시 아프지 않다.
그 순간에는
정신을 차리느라,
버티느라,
상황을 수습하느라
아픔을 느낄 겨를이 없다.
진짜 아픔은
조용한 날,
느긋한 오후,
아무 일 없는 평범한 시간에 불쑥 찾아온다.
마음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순간,
그제야 감정은 자신을 드러낸다.
그때 비로소
상처의 윤곽이 보인다.
나는 종종
상처를 잘 견뎌낸 줄 알았다.
“괜찮아. 아무렇지 않아.”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며 지나온 일들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내 마음 어딘가에
얇은 금처럼 남아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누군가의 말이 그 금을 스쳤고
설명할 수 없는 울컥함에
잠시 말을 잃었다.
그 순간 알았다.
상처는 치유되기 전까지
언제든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상처가 보인다는 건
치유가 시작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픔이 선명해질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상처를 바라볼 용기를 갖게 된다.
늦게야 드러난 상처의 윤곽은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괜찮아.
지금이라도
나를 알아줘서 고마워.”
TIP. 상처를 담담하게 이겨내는 방법
상처는 덮을수록 얇게 숨었다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더 크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담담하게 이겨낸다는 건,
상처를 빨리 없애는 일이 아니라 아픈 채로 잠시 두는 용기를 갖는 일입니다. 울컥하는 순간을 애써 밀어내지 않고, “아직 아프구나”라고 조용히 인정해 주는 것부터가 이미 회복입니다.
담담하게 이겨낸다는 건 빨리 나아지려 애쓰지 않는 태도입니다. 오늘은 조금 괜찮고, 내일은 다시 아프고,
그다음 날은 또 무덤덤해지는 이 들쑥날쑥한 흐름을 그대로 두는 일. 그렇게 상처는 어느 날 조용히 힘을 잃고 물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