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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를 예배당으로

Danh Vo - Chicxulub

by 시몽

오전 일찍 전시를 보러 나갔다. 화이트 큐브라고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갤러리의 버몬지 지점.


Danh Vō라는 베트남계 덴마크인의 전시였다. 전시장 전체를 종교시설처럼 보이길 원했기에 천장 라인 조명은 다 꺼진 상태였다. 곳곳에 피어진 화로와 선지로 밝힌 불만이 빛을 발해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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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마음에 든 작품은 아래의 것. 오른쪽 사진처럼 본래 미국 국기 모양이었으나 점차 무너지도록 의도해서 내가 갔을 때는 바닥에 나무토막과 별 파편만 흩어져있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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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서는 멍하니 작품을 바라보거나 무언가를 쓰거나 그리는 사람이 꽤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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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서 지은이랑 갈 맛집 예약함...

내 데이브레이크 운동화랑 이 소파 천이랑 어울리잖아 하면서 찍은 사진. 신발은 런던에서 최근에 구매했는데 사고 나니 할인하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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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또 좋았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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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시설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작가가 사용한 여타 장치이자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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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문이 무척 특이하네 싶었는데 직원에게 물어보니 역시 작가가 의도적으로 빛을 막은 것이었다.

저런 판자로 러프하게 막은 이유도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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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Oct. 2020 WEDNESDAY


아침에 테니스 하러 학교. 우리 테니스 코치는 잘생겼는데 옷도 잘 입는다. 근데 게이.. ㅎ ㅜ






2시간 정도 치고 터덜터덜 내려오는 길. 날씨가 좋았다.

테니스복을 주문해두었는데 갑자기 정부에서 락다운 발표해서 테니스도 쉬어야 하고..ㅎ


목이 말라 학교 앞 카페로.






테니스 하고 목이 말라서 시원한 스무디를 주문했는데 있다보니 땀이 식으면서 너무 추운 거다.

게다가 카페 자체도 너무 추워서 따뜻한 시나몬롤을 나중엔 추가로 주문했다. 이 시나몬롤으로 유명한 카페였는데 따끈따끈할 때 먹으니 진짜 맛있긴 하더라




락다운은 영국 정부의 갑작스러운 결정이었기에 나는 이를 예상치 못한 채 테이트의 앤디 워홀 전시를 다음 주로 예약했었다. 게다가 이 전시는 이번 달이 마지막인 전시였는데.

인터넷으로 이미 오늘은 풀 부킹인 것을 확인했지만 그래도 시도나 해보자 싶어서 간 테이트였다.


처음엔 직원이 풀 부킹이라고 안된다고 했지만, 내가 꼭 보고 싶은데 안되겠냐고 하자 이것저것 하더니 갑자기 어떻게 생긴 표인지는 모르지만 표를 내어주며 윙크를 해줬다. 나도 엄지 척하며 You are the best! thanks! 하면서 신나게 전시를 보러 갈 수 있었다. 바로 옆 사람도 나처럼 직접 온 시도를 했다가 거절당해서 돌아갔는데 나는 어떻게 얻을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사실 앤디 워홀은 별 새로울 게 없어서 궁금한 전시는 아니었는 데, 그래도 테이트니까.

흥미로웠던 아래 몇 작품들. 맨 아래 마샤는 요즘 수업을 하며 교수님이 언급하셨던 트랜스 드랙퀸.




도록 디자인 너무 예쁘고



나는 아트샵에서 작은 도록 한권과 포스터를 샀는데 직원이 "봉투 줄까?" 하길래 내가 "그거 추가 금액 내는 거지?" 하니까 yes. 하다가 "ah, never mind, 너는 내가 그냥 줄게" 라며 윙크하면서 줬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일부터 락다운이라 햄버거집도 그렇고 매표소도 그렇고 다들 마지막 출근이라 생각해서 이렇게 유독 친절했나 싶기도 하다.


워낙 앤디 워홀 자체가 아이코닉해서 그런지 전시 디자인이 잘 빠졌다.



그리고 기대치 못한 장면.

역시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farewell 할 카라 워커 작품을 밤에 본 것.

낮과는 또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계단에서 올라오는데 조금 보이는 이 조각에 두근거리면서 갔더니





펼쳐진 모습. 정말 너무 아름다워서 행복했다.


오전의 머그 해드 카페가 추워서 다행이고, 때문에 런던 브릿지를 와서 다행이며, 발권해준 직원에게도 고맙고, 그저 이 날 저녁은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미술관 밖을 나왔더니 역시 너무 아름다웠던 풍경.





밤의 템즈강은 정말 예뻤다. 혼자 보며 감탄할 수밖에 없던 게 그저 아쉬웠다.

이 다리를 건너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프렛에서 잠시 공부하다가





오늘 외출의 목적이었던 한국 책을 받으러, 바로 이 책들을 받기 위해 큰 백팩을 메고 온 것이었다.

경제필드에서 일하시는 한국분이 이사를 가시며 한국 책을 처분한다 하시길래 급히 연락을 취했었다. 예술 쪽 공부하시던데 경제에도 관심 많으신가 봐요? 하시던데..

그러게요.. 우리 수업 왜 다 경제학이야? ㅠㅠ

경제학 사회학에 예술은 티스푼으로 한번 넣은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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