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Feb. 2021
소정이 전시 보러 배터시로. 배터시는 신도시 같은 느낌의 동네다.
내가 사는 동네와 전혀 다른 분위기.
소정이 작품이 전시된 공중전화 박스.
SW11NDOWS 라는 이름으로 RCA 큐레이팅과 학생들이 같은 학교 파인아트 학생들과 함께 꾸린 야외전시였다. 작가진들은 배터시 지역에 사는 학생들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그들의 집 주변에 작품을 전시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집에서 먼 공중전화박스까지 와서 설치하는 방식을 택한 작가는 소정이 뿐이었다.
그리고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설치되어있던 두 번째 작품.
목소리 녹음에 사이트 개설까지.
가다가 발견한 올드 카.
날씨가 추워서 따뜻한 음료를 먹고자 카페에 들어왔다.
핫초코를 마시면서 다음 작품 장소로 향하는 길.
포스터가 붙여진 것으로 보아 이 장소가 맞는데 작품은 전혀 찾지 못했다. 여기서부터 악몽의 시작.. 이 전시는 정말 불친절하기 그지없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아무리 자기 집 앞에 설치를 했다고 하더라도, 찾아오는 사람을 위해 위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라던가 작품 이미지를 어딘가 게시해둔다던가 하는 제스처는 적어도 있었어야 되지 않나 싶다. 작가들끼리만 했으면 이런 무성의함을 미처 참작하지 못한 실수로 읽을 수 있겠는데 큐레이팅과 애들이 기획했다고 하니 나로선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특히 너무너무 추웠어서 이 작품 이후에도 여러 번 작품 찾기에 허탕을 친 우리는 지쳐서 나중엔 결국 포기하고 귀가해버렸다.
저 작품은 포기하고 다음 작품을 찾으러 가는 길.
문이 예쁘다
도착한 다음 작품. 요건 작가가 위치에 대한 부연설명을 펜으로 휘갈겨두었으나 여전히 찾기 힘들었다. 이 작품도 결국 포기.
그다음 작품을 찾으러 갔고 이런 단지에 도착.
2번의 연이은 허탕 후에 찾은 반가운 작품. 운석이 떨어진 흔적 같은 이 장소에서 영감을 받았구나 싶었다.
이 QR 코드를 찍고 들어가니 우주비행사의 일기를 기록한 웹사이트가 나왔다.
지나가다 소정이 학교 발견.
6번째 작품을 찾으러. 이상한 아저씨가 누워있는 아이콘이 여러 군데 붙어있는 이 건물을 한참 배회했지만 작품 찾기 실패. 다들 정말 너무 춥고 지쳐서 이때부터 다크서클이..
7번째 작품을 찾으러 왔다. 공중전화박스에 붙어있던 포스터엔 펜으로 이십 몇 층을 올려다봐!라는 멘트가 있었고
고개를 들어보니. this too shall pass라는 글이 적힌 작품이 있었다. 여기서 너무 현타 와서 이 전시 탐방하는 거 그만둠.. 성의 어디 갔어 ㅠㅠ 설치하고 장소에 영감 받아 웹사이트 만들고 목소리 녹음하고 했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저 글 크게 인쇄해서 붙여둔 건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며.
큐레이팅의 불친절함과 마지막 작품에 충격받아 포기하고 맛있는 거 먹자고 완전히 돌아섰다. 소정이 집 가는 길엔 배터시 파크 옆의 예쁜 다리도 발견하고
드디어 집 도착. 추운 곳에서 고생한 우리에게 소정이가 따뜻한 차를 내어주었다.
그리고 떡볶이. 떡볶이는 우리에게 김치 같은 존재. 요리 안 한 적이 거의 없는 듯
완성된 버섯전골과 떡볶이.
오늘 합류 못한 혜조를 위해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한껏 술에 취한 혜조가 귀여웠음
오늘은 언니가 한 작업도 보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밤을 완전히 새웠다. 술을 평소에 거의 안 마시는 스타일이라 일상에 술자리가 전혀 없는 편이었는데, 이 날은 술 덕분에 속 깊은 얘기를 유독 많이 나눠서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영국 와서 '술이란 좋은 거구나. 놓쳐왔을 이런 수많은 자리들이 아쉬워' 라고 느끼다니 나 정말 여기 와서 술 배우고 있는 듯.
새벽 6시쯤 돼서야 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