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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신들의 학교 Sep 20. 2024

5장. 방학 - 공교육을 살리고 싶어요?

측정불가능한 행정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선 무얼 해야 하는가.

'교외체험학습'이라는 학교 정책이 있다.


가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체험학습(이라 쓰고 '가족끼리 놀러 간다'라고 읽지만)을 갈 경우에도 출석을 인정해 주는 것인데, 이런 정책에 대한 찬반은 접어두고 이 정책이 실현되는 과정에 주목해 보자.


느 가족이 체험학습을 하려 한다. (여행을 간다)


그러면 학교에 '교외체험학습신청서', '개인정보제공동의서', '서약서' 따위를 제출하여 형식상 '허락'을 구해야 한다.


신청서에는 체험학습의 목적지, 일정, 목표, 인원, 연락처 등 작성해야 할 것이 빼곡하다.


체험학습(여행) 후는 어떤가.


일정기간 (보통 10일) 내에 사진, 입장권 등의 증빙자료를 첨부하여 '체험학습 결과 보고서'를 학생이 자필로 작성해서 제출해야 한다.


왜?


이러한 '행정절차'에서 목표로 하는 행정효과는 '지나친 남용'을 억제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신청서의 세세한 작성항목과 서약서 등의 제출은 사실과 다른 이유로 체험학습을 신청하는 경우의 수를 대폭 줄여준다. 예컨대 친구끼리 학교를 빠지고 놀러 가고자 한다 해도 부모의 서명과 연락처, 서약서, 정보제공동의서를 위조하고 거짓된 목적지와 일정을 써서 내기는 힘들다.


또한 다녀온 뒤에 제출해야 하는 체험학습의 증빙자료와 결과보고서 작성 등은 학기 중 체험학습 신청의 남용을 억제할 것이다. 아무리 출석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너무 자주, 오래 체험학습을 한다면 문제이므로 절차를 '까다롭게' 만든 것이다.


이는 체험학습을 갔다 오지 않은 다른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일부 해소할 수 있다. 어쨌거나 '학습'이 이루어진 것이므로, 형식과 절차상 '출석'에 준하는 자격은 얻은 셈이니까.


요약하자.


가정에서의 체험학습도
교육을 이수한 것으로 보는
교외체험학습 정책은

절차의 까다로움과 형식상 완결성으로
이 정책의 지나친 남용과 오용을 방지하는
최소한의 행정효과를 얻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교원의 제41조 연수 정책은 어떤가.


남용하지 않으면 바보소리 듣기 딱 좋다.


신청이 어렵지도 않고, 결과 보고도 없다.


만약 학교에서 교외체험학습 정책이 이 모양이었으면, 아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뤄 체험학습 신청을 내고 30일을 꽉꽉 채워 학교를 빠지고 놀러 다니는 통에 사회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그걸 지금 교사들이 하고 있는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41조 연수의 폐지가 정답이라 생각하지만, 최소한의 바람을 말하자면


최소한의 절차적 완결성은 가지게 하자.

연구를 하라고 국가가 급여를 주는데,
승인을 학교에서 하는 게 말이 되는가.
결과보고가 의무가 아닌 것이 말이 되는가.

41조 연수 신청은 연수기간, 목적, 일정, 장소 등을 명기해서 최소 시도교육청에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결과보고는 개별 연수마다 시도교육청에 개별보고서를 제출하되
정보공개청구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목록은 공개할 것.


공교육을 살리고 싶다면?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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