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기
나의 20대의 마지막에 극적으로 떠난,
꿈만 같았던 2주간의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
더 이상 주저하지 않기 위해 기억을 더듬으며 무작정 써 내려가는 글.
브런치 북
<내가 돈이 없지 낭만이 없나> by 시몬디
BGM 선우정아 - 도망가자
https://youtu.be/ccXj3a0yr2Q?si=i3fb3u1os2pK4hNv
전화를 하던 중 너무 놀랐다.
당장 이번주에 유럽여행을 가자니.
그것도 2주씩이나?
당장 5일 뒤에?
내가 여행 유튜버도 아니고 유럽 여행이 원래 그렇게 쉬운 거였나
"당연히 유럽 여행 가면 좋지.. 좋은데.."
여행에 대한 반가움보단 이런저런 걱정이 앞섰다.
우선 나는 지금 경제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백수나 마찬가지다.
이전 직장에서 너무 열의를 불태우며 일한 나머지 번아웃이 왔었고. 지금 직장에서보다 더 행복하고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다짐으로 퇴사는 했건만 아직 참 고민이 많은 스물아홉이다.
내가 너무 생각이 많은 탓일까?
뭘 해야 할지, 어떻게 혼자 해나가야 할지 두려움이 많아 조금은 무기력한 그런 시기. 진로 고민을 해본 20대라면 모두 공감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난.
설상가상으로 코로나에 걸려 혼자서 2주를 넘게 아파했고, 체력은 바닥이었다. 모아놓은 돈은 계속 줄어가고 있다. 이제 막 다시 힘내보려는데, 갑자기 유럽여행을 가자고?
'내가 지금 몇백을 들여 유럽 여행을 가는 게 맞는 걸까..'
불리하기만 한 상황 같지만 다행히도 나에게도 딱 한 가지 유리한 점이 있다.
시간
돈도 체력도 없지만 시간만큼은 많았다. 심지어 서른을 한 달 앞둔 스물아홉이고, 내년이 되면 지금보다 시간이 부족할 거란 건 분명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긴 일정의 여행을 가기 힘든 건 당연하니까.
금세 고민에 빠졌다.
부족하지만 시간이 자유로울 때 떠나는 여행과, 돈은 여유 있지만 시간이 부족한 여행.
지금 내게 뭐가 정답일까?
그날 밤 우리는 스페인, 포르투갈행 비행기표를 구매했다.
까짓 거 돈이야 다시 벌면 되지,
보잘것없는 사사로운 고민들로 낭만을 잊고 사는 사람이 되는 게 더 두렵다.
그렇게 우린 단 5일 만에 모든 여행 준비를 마치고 스페인 바르셀로나행 비행기를 탔다.
내 20대의 마지막을 마무리할, 그리고 너의 입사 전 마지막 휴식에 떠나는 우리의 여행은 앞으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 되리라 확신하며.
그렇게 우리의 스페인&포르투갈 여행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