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유럽여행 입성기, 흐린 날의 바르셀로나
힘들다
인천- 바르셀로나 공항까지 장장 17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왔다.
15시간을 한자리에서만 앉아서 가는 건 난생처음 느껴보는 고통에 가까웠다.
고통 그 자체가 아닌 건 그래도 여행이라는 설렘과 비행기에서만 할 수 있는 재밌는 일이 많으니. 심지어 동행은 정말 기내식 먹을 때 빼곤 15시간을 내리 잠만 잤기에 혼자서 그 시간을 버텨야 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덕분에 호기심을 반짝이며 만원을 주고 구매한 기내 와이파이 1시간은 꽤나 색다르고 달콤한 시간이었다.
그래도 다음에 올 때는 와이파이 돈 주고 살 필 요 없는 비즈니스를 타야지.
브런치 북
<내가 돈이 없지 낭만이 없나> by 시몬디
그날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 함께 들어보세요
https://youtu.be/yfAGWY8b2-M?si=_53OYw1EzwjYvzeQ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출발한 버스가 고속도로를 벗어나 도심으로 들어오자 사진에서만 보던 유럽식 건물이 우릴 반긴다.
"우와 건물이 진짜 다 이쁘게 생겼다"
나는 유럽에 대한 환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거리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이국적이고, 역사를 그대로 품은듯한 앤틱 한 건물들은 '내가 이제 진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왔구나!'라는 흥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버스는 목적지에 도착했고 우리는 캐리어를 들고 번화가인 카탈루냐 광장을 지나 숙소로 걸어가야 한다.
바르셀로나 여행하면 악명 높은 것이 하나 있다.
소매치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것. 그것도 동양인을 주타깃으로. 꼼꼼한 성격 탓에 이 모든 소매치기 수법들을 취합해서 파악하고 온 상태이다. '오히려 만반의 준비를 해서 더 신경 쓰이는가?' 싶을 정도로
그렇게 충분한 설렘과, 조금의 긴장감을 가지고 버스에서 내려 스페인에 말 그대로 '첫 발'을 내디뎠다.
근데 어.. 뭐라 해야 하지 이상하고 낯선 느낌이다
주변을 돌아보니 이국적이고 낯선 환경과, 외국인들로 가득한 이 도시가 조금은 이상하게 느껴졌다.
흐리고 비가 오는 날씨는 이 이상한 느낌을 부추기에 충분하다. 생각해 보니 나는 여태 해외여행을 근거리 위주로 다녔기에 이렇게 많은 서양인에게 둘러싸인 건 처음이다.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첫 유럽여행, 그중에서도 처음으로 유럽에 발을 디뎠던 첫 순간, 내가 그 도시의 이방인이 된듯한 낯설고 이질적인 그 느낌을
흐린 날씨 속에서도 또렷하게 빛나는 외국인들의 눈빛이 느껴졌다. 동양인이라곤 한 명도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우리를 쳐다보는 것만 같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캐리어랑 가방 잘 챙겨"
"응 조심히 가자"
이날의 기억을 나누기 위해 모든 핸드폰을 다 뒤져봐도 바르셀로나 공항-숙소 이동까지 내가 찍은 단 하나의 사진도 없다는 사실이 나의 긴장을 증명하는듯하다.
한국의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지 17시간, 이제 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