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가고 애는 크는데 아직도 거기 있는 엄마

출산 이후에도 규칙적으로 들고나는 우울감의 파도는 지겹도록 여전하다.

안면몰수 정치가의 애티튜트로 여생을 탐욕스럽게 내 욕망을 일순위로 살고 싶은 마음과  

과거와 감정에 갇혀 자해하며 존재하고 싶지 않다라는 마음

두 개의 마음이 한 사람 뇌에서 동시에 살 수 있었다.

나는 그 모든 파동에 매번 휩쓸리면서도 기록하고 싶지는 않았다. 마음을 언어로 바꾸는 절차도 괴로울 듯 했고, 내용도 맨 괴롭고 우는 소리에, 뭣보다 그 마음과 기억들이 언어로 박제되어 내가 그것을 읽고 또 읽으며 가라앉은 앙금을 자가발전으로 치켜올리는 짓을 할 게 뻔했다. 그야말로 죽은 자식 불알이지.

새로 태어난 아기를 안고 먹이고 씻기고 기저귀를 갈다보면, 슬픔이 밋밋해지고 삶의 새로운 경험과 느낌이 뇌에 새 지분을 갖고, 그럼 그것에 대해 기록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 다음 챕터 같은 것.

하지만 감정에 스킵같은 것은 없었다. 이제는 인정하기로 한다. 이 슬픔은 오고가는 파도같은 것이 아니다. 그냥 꾸준히 여기 있는 것.

감정을 언어화하느라 직면하면, 그 감정이 다시 왔을 때, ‘아는 감정’이 되어 신선도가 좀 떨어진달까, 내가 휘둘림이 덜하지 않을까. 쓰기로 한다. 차례차례. 마음이 진행된 순서대로 외면치 않고.

목적은, 언젠가는 기쁨에 대해서도 쓰기 위해서. 기쁨을 느끼고 말할라치면, 여전히 강세인 우울과 슬픔이 찬물을 뿌린다. 왜냐하면 그네들은 아직 말의 자리를 갖지도 못했고 환영받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홀가분하게 떠날 수도 없게 내가 내 겨드랑이마다 묶어놓았기 때문이다. 말로 만들어놓고 두번 세번 네번 다섯번째 다시 만났을 때는. ‘그랬었지, 지금도 그렇지만.’ 이라고 지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