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내가 그 비싼 독일 택시를 타게 된 연유는 이렇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동쪽으로 기차를 2시간 남짓 타고 가면 모젤강 상류 마을 코켐 Cochem에 닿는다. 가파른 산비탈에 세워진 포도밭이 강가를 따라 즐비하게 늘어선 화이트 와인 산지이다. 리슬링 와인으로 유명한 이 동네에서 이틀을 묵고 프랑스 알자스 콜마르에 가야 했다. 말이 쉽지 5번 기차를 갈아타며 6시간 이상 걸리는 엄청 빡센 여정이었다.
코켐-코블렌츠-마인츠-프랑크푸르트-스트라스부르-콜마르를 거치는 일정은 독일 도착 당일 공항기차역 직원과 함께 짠 시간표라 정밀하였다. 그런 만큼 너무 타이트하여 단 한대의 기차만 놓쳐도 목적지인 콜마르까지 가지 못하는 루트였다.
밤 9:30에 알자스의 주도 스트라스부르역에 도착해서 30분 후 콜마르행 마지막 완행열차로 갈아타기만 하면 계획이 끝났다.
삼사십 분쯤 뒤 이 택시에서 내리면 알자스의 조그마한 마을 콜마르에서 오갈 데 없이 내버려질 거라 상상하니... 며칠 전에 코켐서 일어날 뻔했던 사고가 다시 떠 올랐기 때문이다. 작은 호텔에는 24시간 관리인이 없기에 도착 시간이 많이 늦어지면 못 들어갈 수가 있다.
“보세요. 아까 우리 독일하고 여기 프랑스하고는 사뭇 다르죠? 이 쪽 길이 더 좁고 터덜거리며 건물도 많이 빈약하지요.”
국경을 넘어서 프랑스로 들어서자 운전기사는 자신의 조국 독일이 한껏 자랑스러운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었다.
“이곳 길가에 무성한 잡초 보여요? 얘네들은 관리를 못해요. 독일 아니면 지금 유럽 몇 나라는 쓰러지고 말 겁니다. 우리가 돈을 끔찍스레 퍼주고 있어요!”
운전수에게 만족과 의심, 우월감과 불안감이 동시에 엄습하였던 걸까? 오만가지 감정에 사로 잡힌 듯 얼굴 표정이 묘하게 변해갔다. 더불어 입가의 미소도 점점 사라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