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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용 시뭔SiMone Sep 13. 2022

아들 결혼식 스피치

in English.

지난겨울 아들의 결혼식에서 스피치를 해 줄 것을 며느리로부터 요구받았다. 그 당시는 기간이 많이 남아있었으므로 일단 승낙을 했고 나중에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만 내내 하고 있었다.

모임에서 Let me introduce myself, my name is... 로 시작되는 자기소개 정도는 영어로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어로 본격적인 스피치를 해본 경험은 평범한 우리들로서는 그리 많지 않을 터이다. 물론 나도 그런 적이 없었으므로 무엇을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였다. 특히 영어권에서는 위트와 유머가 문장에 녹아들어야 제대로 된 스피치라는 것을 내내 들어왔기에 더욱 감을 잡지 못하고 몇 달을 끙끙 대고 차일피일 미뤄 놓기만 하였었다. 하다못해 인터넷에 떠있는 주례사로 이름난 이들의 것도 살펴보았으나 내가 의도하는 것과는 거리가 많이 멀었다. 내 스타일의 스피치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결혼식(18. 06.2022)을 한 달여 앞둔 어느 월요일 오후 아무런 대책은 없었지만 더 이상 미룰 수도 없어 일단 책상 앞에 앉았다. 그런데 갑자기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신랑 신부의 현재를 잘 아는 친지, 친구들이니 결혼에 이른 지금까지의 과정을 말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영국으로 오게 된 시점부터 그 후 살아온 아들을 보아 온 것에 대하여 쓰자. 너무 딱딱하고 교훈적인 완고한 스피치는 피하고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말랑말랑하게 글을 엮자! 

건물을 지을 때 튼튼한 기둥을 일단 세워두면 후에 벽을 쌓아 방도 만들고 창문도 설치하고 인테리어도 할 수 있는 것처럼 일단 서너 개의 주요 소재를 나열해 보았다. 일단 시작하면 글이 슬슬 풀리기 시작하면서 앞글의 끝 부분이 뒷 글의 앞 문장을  끌어 오는 느낌을 받는 때가 있다. 그날이 그랬다. 


당연히 참석자들에게 의례 전하는 감사의 인사로 말머리를 띄웠다. 

그다음은 이런 식으로 하였다.

1. 전하고 싶은 말을 먼저 한글로 쓴다. 번역이 용이하도록 영어식으로 표현한다. 가주어를 의식하고 주어와 술어를 정확하게 필요한 곳에 나열한다.

2. 이 글을 가지고 구글 번역기로 돌린다. 여기서 번역되어 나오는 글은 낱말과 문장이 어색하지만 필요한 단어 선택과 문장 구조를 짜 주므로 영어 글의 토대가 생겨 막연함이 없어진다. 비빌 언덕이 생긴 셈이며 실제로도 시간 절약에 큰 도움이 된다. 

3. 내가 의도하지 않았던 영어 단어가 있으면 사전을 찾아보며 바꾸어 본다.

4.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영어 문장을 다듬어 본다. 주어가 잘못된 문장, 중복된 문장, 전후가 안 맞는 문장 등을 고쳐 본다.

5. 원어민에게 의뢰하여 어색한 단어를 고치고 문장을 가다듬는다. 자기가 말하려는 요점을 잘 설명하고 특히 유머나 위트가 들어 간 부분을 잘 이해시켜 영어식 고급 표현으로 완성시키게 한다.

6. 원어민 앞에서 실제 발음으로 스피치를 해 보고 교정을 받는다. 필요하면 영미인식 제스처를 교육받는다.

7. 실제 사용한 원고에는 긴 문장은 '/ '표시로 나누어 인쇄 후 사용했다.

8. 연습을 여러 번 해보고 실전에서는 자신 있게 스피치 한다. 너무 유창하지 않아도 그들이 알아들을 수만 있다면 한국식 발음도 문제없다고 본다.




Hello everyone.


My name is SiMone Park, father of the groom Paul Dain.

On behalf of my family, I would like to express my gratitude to the parents of the bride who made this wonderful event today, and to all the relatives and friends of the bride and groom who were willing to attend despite their busy schedules.


Let's take a look back at the process leading up to where we are today.


I sent my children to study abroad because I wanted them to find valuable opportunities in the wider world without becoming frogs in the well.

Although it appears the frog has found his princess!

(내가 의도했던 대로 큰 물에서 이렇게 훌륭한 신부를 만나 결혼한다는 것을 Witty 하게 표현. 청중들이 가벼운 미소 짓게)


Thus, in 2001, when the 21st century began, Paul came to England.

The year before, his older sister Fiona Daye came to study first, and younger brother Pierre Damin came the next year.


As soon as Paul arrived, he entered a boarding school, Caldicott Elementary School.

It happened when Paul returned to Korea from vacation a few months after attending Caldicott.

I wondered how much his English had improved, so I asked him to solve Korean-style novice English exam.

Surprisingly, Paul roughly knew the answer and got it right.

But when I asked why the answer was correct, he said that he didn't know.

At that time, I didn't express it, but I thought, "Oh, lord! What have we got ourselves into! Alas what could I do?”

(그 당시 아들에게 말도 못 하고 속으로만 참으로 난감하였었다는 표정을 지어 청중을 크게 웃게 만들어야. 

원어민 표현이라 나는 이해가 어려웠다. )

No point crying over spilt milk.(한번 더 웃게)



Again Paul had to return to England and he was graduating about a year later.

At the graduation ceremony, Paul seemed more mature than his peers.

So I told the school principal "Sir. Thank you for making my son into a gentleman."

He replied, "I ca-an't take the credit, Paul has been a gentleman before he entered this school. “

(교장 선생님 말씀 중 ‘can't’를 영국인 특유의 발음 ‘카아안트ca-an't’로 흉내 내어 웃게 만든다.)


The bride has a lot to brag about, but I'll keep them for her father,

and I'll continue to brag about Paul.

(이때 신부 아버지를 쳐다보면서 고개를 약간 숙여 주며 동의를 구한다.)


When he entered Tonbridge Middle School, I could feel Paul's rapid growth in all aspects, including his studies.

He sucked everything up like a Dain-son if you will.

(중학교에 진학해서부터는 진공청소기가 빨아들이는 것처럼 폴이 학업을 잘 소화해낸 것을 표현. 진공청소기 이름을 영국에서 제일 유명한 브랜드인 ‘헨리 Henry’로 할까 아니면, 조금 덜 유명하지만 이름, 아들(Dain, son)과 라임을 맞출 수 있는 청소기 '다이슨 Dyson'으로 할지에 대하여 고민함. 하지만 영미인에게는 운율 rhyme이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Dain-Son 다인선’으로 내가 결정하고 발음은 '다인슨'으로 얼버무림. 단, 청중이 잘 알아듣지 못했을 수도 있다.)


It was at this point when I fully understood and was satisfied with British education.


Paul wanted to go to school from home because he only lived in boarding school ever since he arrived in the UK.

So we moved our house from Kingston to downtown London, as he was starting at Westminster High School.

Unfortunately, I was not in London because I had to earn money for my family in Korea, so I don't have many memories of Paul's school life there.

(함께 못 지내서 미안했던 듯이 아들을 바라본다.)


That year, Paul's younger brother, Pierre Damin, also entered the same one, Westminster Middle School, and the headmaster praised me, saying, "Your two sons go to Westminster School, so you will be very proud of them."

Of course, but..., but... my poor wallet!

(명문 사립학교에 들어갔지만 그만큼 학비도 비싸서 내가 가난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그 당시 교장에게 말하지 못한 대신 청중들에게 하소연한다. 시름에 잠긴 눈빛으로 청중을 바라보며 양복 윗도리를 열어젖히고 안주머니를 오른손으로 툭툭 쳐서 웃게 만든다.)


As you well know, Paul then went to Oxford University to study medicine, and there he met Mika and got married like this.

In Korea, it's said that 'even brushing past a person is one's destiny'.

Did you know that in the group photo taken to celebrate the newcomers to the university, the two of them are already sitting next to each other and their sleeves brushing against each other.


If even strangers who merely paass each other while walking down the street are said to be fated, then this couple must share a deep bond all the way from a previous life.

Everyone, I hope that the bride and groom will look forward to the beautiful family that these two will build in the future with us.


Paul's Korean name is Da-In.

The last letter 인仁 is same as Confucius’s Ren.

If you analyze it, there are two people in the letter, indicating a close relationship between people.

It means that two people are understanding and respect each other.

The first letter 다茶 means tea in English.

Doesn't his name remind you of an Afternoon Tea?

(영국의 가정에서 부부가 단란하게 마시는 오후 티타임을 아들 이름에 빗대어 표현. 아프터 눈 티를 마시듯이 그렇게 여유 있고 안락하게 살아가라는 의미이다.)


Finally, I would like to say some more words to the bride and groom.

‘Do unto others as you would have them do unto you.’


Thank you.


La vie est belle!

(신부가 프랑스계 캐나다인이라 불어로 마무리를 하자는 원어민의 의견을 받아들였음.)





사실상 그날의 참석자들 중에 그 누구도 나의 스피치에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았을 터이다. 나만 이를 중요하게 여기고 잘하려고 애썼고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것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과정이 중요했고 경험 또한 소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 대한 충실감과 만족감이 필요했다. 내가 살아 있다는 생각 그러한 의미 있는 느낌을 원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스피치는 성공적이었다. 

식이 끝나고 모두들 나의 스피치에 대하여 찬사를 보내 주어 무척 고무되었다. 아이들도 시작 전 나의 발음 때문에 걱정했었지만 크게 문제가 없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사돈 한 분은 귀가 나빠 잘 못 들었다며 내가 쓴 원고를 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아 그 자리에서 드리기도 했다. 

신부의 이모 한 분은 스피치 도중에 눈물을 흘렸었다고 나중에 전해 들었다. 모두들 감사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좋았던 칭찬은 신랑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해준 바로 이 말이었다.

"다인이가 아빠 닮아서 그렇게 위트가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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