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자들 모여라!

< Send Help, 2026 > 직장상사 때려잡기

by simpo

이래도 안 볼래 TMI

# 직장 상사가 죽도록 밉다고? 그 사람이랑 무인도에 단둘이 갇히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소름 돋지 않나? 이 영화는 그 소름을 두 시간 내내 유지한다.

# 원제는 'Send Help'. 구조 요청인지 비명인지 모를 이 제목을, 한국 배급사는 '직장상사 길들이기'라고 번역했다. 로맨틱 코미디인 줄 알고 들어간 관객은 진짜 도움이 필요해진다.

# 샘 레이미가 돌아왔다. 이블 데드의 레이미, 드래그 미 투 헬의 레이미. 스파이더맨 3편 다 찍고 닥터 스트레인지까지 소화하느라 잠시 억눌려 있던 그 광기가, 드디어 풀렸다.

# 레이첼 맥아담스... '노트북'의 그 앨리 맞다. 그런데 이 영화의 그녀를 보면 '노트북'이 생각나지 않는다. 오히려 안도하게 된다. "아, 제대로 망가지는구나."

# 소니가 스트리밍으로 때우자고 했다가 레이미한테 거절당한 영화다. 극장 가서 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당신의 등골이 설명해 줄 것이다.


뻔뻔 평점

***** 5개 (퇴근 후 맥주 한 캔 들고 가도 되는 영화)

영화 읽기

당신은 직장 상사를 죽이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직접 손을 쓰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냥 사무실 책상 위에서 커피잔을 들다가, 혹은 회의실에서 그 사람 목소리를 듣다가, 잠깐 — 아주 찰나의 0.3초 동안 — 그런 생각이 스친 적 없냐는 얘기다.

샘 레이미는 그 0.3초를 113분짜리 영화로 만들었다.

무인도라는 '공평한 지옥'

영화의 설정은 간단하다. 비행기가 추락한다. 살아남은 건 두 명. 직원 린다(레이첼 맥아담스)와 그녀의 직장 상사 브래들리(딜런 오브라이언). 장소는 사람 하나 없는 무인도.

이 설정의 천재성은 '계급'을 한 번에 무력화한다는 데 있다. 사무실 안에서 브래들리는 사장이고 린다는 직원이다. 그러나 무인도에서 직급은 코코넛 따는 데 아무 쓸모가 없다. 생존 앞에서 '을'은 '갑'이 될 수 있다. 아니, 되어야만 한다.

레이미는 이 권력의 역전을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밀어붙인다.


드래그 미 투 헬의 향기

샘 레이미의 팬이라면 드래그 미 투 헬(2009)을 먼저 보고 오는 걸 권한다. 권하는 게 아니라, 솔직히 그냥 보고 오라. 두 영화는 '직장 여성이 권력관계 속에서 학대받고, 반격하는' 구조를 공유한다. 근 20년 전 크리스틴이 있던 자리에 지금 린다가 있다. 레이미에게 직장인 — 특히 직장 여성 — 이 처한 현실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공포다.

레이첼 맥아담스, 그 눈빛

레이첼 맥아담스는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아름다운 사람'이 아닌 '위험한 사람'으로 보인다. 살아남으려는 인간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 그녀는 그걸 알고 있다. 러닝타임 후반으로 갈수록 그녀의 눈빛은 점점 레이미의 카메라를 닮아간다 — 흔들리면서도 정확하다.

딜런 오브라이언은 짜증스럽다. 영화적으로 완벽하게 짜증스럽다. 그의 브래들리는 악인이 아니다. 그냥 '그런 사람'이다. 우리 모두가 어딘가에서 한 번쯤 만났던 그 유형. 그래서 더 무섭다.

레이미 스타일의 귀환

직장상사 길들이기는 샘 레이미가 대형 IP의 굴레 없이 자기 목소리를 되찾은 작품이다. 카메라는 쉬지 않고 기어 다니고, 사운드는 과장되어 있으며, 웃겨야 할 때 웃기고 무서워야 할 때 무섭다 — 동시에. 이 리듬을 체감하려면 극장 스크린과 사운드 시스템이 필요하다. 소니가 스트리밍을 고집했다면, 이 영화의 절반은 사라졌을 것이다. 레이미의 거절은 예술적 고집이 아니라 올바른 판단이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월요일 아침이 달리 보인다면, 그건 레이미가 제대로 한 것이다.

그래서 다음 뻔뻔한 영화평은 '이블 데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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