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 생존기] 니가, 감히?
지난 주에 회의를 마치고 한 숨 돌리는 사이, 마음이 좀 여유로워졌으나, 어제는 이유없이 기분이 가라앉았다. 유료 독서모임을 3개 하는데, 그게 요즘 내 생활의 유일한 즐거움이다. 어제도 독서모임을 하고 기분이 좀 나아졌다. 요즘은 늦어도 12시 전에는 자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즘 꿈이 상당히 난해한데 오늘 오후에 어떤 소식을 들었다.
우연히 전 회사 소식을 듣다가 나를 괴롭혔던 사람 소식을 들었다.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도 아깝다) 정신과 진료 기록으로 병가를 갔는데, 정신과에 간 이유가 4-5년 전쯤에 있었던 일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인사담당 시절 과오를 지적하던 상사가 있었는데, 그 사람이 자기에게 소리를 지른 것에 대해 직장 내 갑질로 신고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같은 부서여서 나를 포함한 계약직 직원들까지 참고인 조사를 받았는데, 그 일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만, 조사 이후 별다른 일이 없었고 얼마 후에 그 상사는 은퇴하셨다. 그런데 그 일로 정신과에 갔고, 그걸로 산재까지 받았단다. 지랄도 풍년이다. 그 놈이 인사성적을 조작해서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몇이고, 그 놈이 괴롭히던 부장님이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기까지 했는데, 지가 산재를 받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니 정말 지 잇속 챙기는데는 타고난 재능을 가졌다. 산재를 받으려면 그놈 때문에 돌아가신 부장님이 받고, 그놈 때문에 약을 5배 늘린 내가 받아야지.
욕지기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미친 저주의 말이 쏟아져 나오는 걸 하루 종일 틀어막느라 애쓰고 있다. 하지만 계속 틀어막고 있다가는 죽을 것 같다. '귀신은 뭐 하나 몰라, 저런 놈 안 잡아가고' 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그놈 때문에 확실히 알게 되었다. 세상에 그렇게 부지런하게 악하고, 부지런하게 나쁜 사람이 실생활 가까이에 있다는 걸 알게해 준 놈이다. 살면서 직접 대면한 사람 중에 정말 진심으로 '죽어버려라'라고 생각한 사람은 그놈이 처음이다.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은 그놈이 나쁘기도 했고, 부장님의 다른 여러 상황들도 안 좋기는 했다고 말했지만, 나는 원천적인 잘못은 그놈이라고 생각한다. 그놈이 부장님을 괴롭힐 당시, 복도에서 만남 부장님은 조미김보다 까만 낯빛을 하고 계셨다. 부장님이 돌아가시기 몇 일 전에 다른 사람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놈을 어떻게든 품어보려고, 그저 넘어가려고 하시는 거에 대해서 이유를 물었더니 "용서하지 않으면, 내가 죽을 것 같다"고 하셨단다. 그 말씀하시고 일주일도 안 되서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나는 그놈이 살인자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죽어나갈 정도로 압박해서 결국 사단을 만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남에게 해를 입히고, 자기 잇속은 챙기는 놈. 내가 죽었더라면 나는 그놈을 살인자라고 지목하고 죽었을거다. 내가 회사 옥상에 올라갔던 것도 그놈 때문이었으니까.
살인자 놈이 산재를 받고, 정신과 진료로 180일 병가를 냈다고 한다. 웃기는 세상이다. 어떻게든 눈꼽만큼도 손해보기 싫어서 온갖 신고, 고소를 남발하고, 어떻게든 자기보다 잘 나가는 사람은 끌어내리려고 온갖 나쁜 짓은 다 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그렇게 괴롭혀 놓고. 재테크와 돈 버는 일, 지 잇속 챙기는 일에는 그렇게 부지런을 떨면서. 떡하니 산재까지 받을 정신줄은 있고, 아프다고? 그것도 다른 것도 아니고 정신과 이력을 냈다고? 하!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너는 절대 용서받지 못할 거야. 죽어서도. 영원히. 사람들은 너의 부고를 받고 절대 아쉬워하지 않을거야. 기껏해야 나쁜 짓만 골라하더니, 벌 받았구만. 그러고 말겠지. 너가 해온 그 쓰레기같은 짓들 중에 그나마 제일 나은 건 니 핏줄이 세상에 없다는 거야. 안 그래도 망해가는 세상에 너 같은 놈이 하나 더 있다는 건 정말 몹쓸 일이니까.'
내가 아는 모든 세상의 저주를 그놈에게 퍼붓고 싶다. 용서를 하면 내가 건강해지고, 참 사랑을 알게 된다고 하지만, 나는 그놈은 용서할 수 없다. 니가, 감히! 어떻게! 산재를 받아!! 그것도 괴롭힘으로? 니가 한짓은? 너는 진짜 천벌 받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