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영혼이 기화한다

[우울증 환자 생존기] 도돌이표

by 마담 J

요즘 남편이 기운없는 나를 보면서 "눈에 초점이 없다. 예전에 안 좋을 때처럼 눈빛이 텅 비었다. 걱정된다"고 한다. 몸에 기운이 없어서인지 자주 공허한 눈빛이 되는 모양이다. 그리고 어제는 내가 느끼기에도 영혼이 완전히 날아간 것처럼 몸이 무너진 채로 운전을 하고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김주환 교수의 내면소통 명상수업 오디오북을 듣기 시작했는데, 마음의 문제는 몸의 문제라고 했다. 복잡한 뇌 활동에서 뭔가 고장났을 때 우울감과 불안이 만성으로 오는 거라고. 그래서 운동과 명상은 꾸준히 해야 하는 거라고. 그러면 위기상황이 아닌데도 위기상황으로 받아들이는 고장난 뇌 활동을 안정시킬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명상을 하면 우울증과 불면증을 고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명상책들에 꼭 나온다. 운동은 당연히 꼭 권하고.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환경으로 바꾸는 것도 해 보았고, 약도 꾸준히 먹고 있지만 도돌이표처럼 돌아오는 공허함을 이기려면 이제는 몸을 움직여야 하는 것 같다.


몸이 아픈 이후로 회복을 못 하고 있다. 남편이 한약을 한 재 먹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한창 살이 빠지던 겨울을 지나서 그래도 3-4키로는 회복을 했다. 지금은 오히려 2키로 정도는 줄여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몸이 아프고 회복이 안 되니 마음이 같이 내려앉는 듯 하다. 그거 말고는 이유가 없다. 마무리해야 하는 일의 압박도 조금은 풀어졌고, 새로운 일도 천천히 해나가고 있고, 엄마의 요양보호사 찾는 일도 잘 진행되었고, 건강검진도 빠르게 진행했고.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데 나의 몸과 영혼이 흩어지고 있다. 이건 몸이 안 좋아지고 난 이후의 일이니, 모든 원인은 몸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어제는 덜컥 겁이 났다. 진짜 안 좋던 시절처럼 내 모든 영혼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몸이 종이장처럼 구겨지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회사를 그만두고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이유를 모르는 상황에서도 반복된다면 그 때는 정말 무너질 것 같다.


여에스더 박사는 뇌 전기치료와 시술을 통해서 우울증, 자살충동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그저 알 수 없는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진짜 몸의 문제일 수 있다. 나도 몸을 잘 관리해야겠다. 잠도 푹 자고, 잘 먹고, 잘 움직여야겠다. 무탈하게 잘 지내겠다는 마음을 갖고, 실천하는게 중요한 것 같다. 공허함을 달랠 수 있는 뭔가를 찾아야 한다.


새로운 장이 시작되었다. 우울증 극복을 위한 새로운 장의 시작.

keyword
이전 05화나도 잘 모르겠는 내 몸과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