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두 집 살림

[사랑이와 그이와 나]

by 마담 J

사랑이는 부자다. 집이 네 채다.

우리 집, 우리 집에 있는 사랑이 집, 엄마 집, 엄마 집에 있는 사랑이 집.

사랑이는 처음부터 두 집 살림을 했다. 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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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은 쪼꼬맹이를 혼자 두고 출근했다. 엄마가 걱정이 됐는지, 아침 점심 저녁으로 "아를 그리 혼자 두면 어떡하냐"며 전화를 했다. 결국 중간에 언니와 집으로 가보고 "새가 그리 우는 집에 아를 그리 혼자 두면 우울증 걸린다. 데리고 온나. 봐줄게" 했다. 전략이 먹혔다.


둘째 날부터 바로 엄마집으로 출퇴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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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차를 타고 출근하는 길. 덕분에 출퇴근의 고단함을 온 몸으로 표현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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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오냐는 말 대신 축 늘어진 채로 잠든 사랑이 사진을 엄마가 찍어 보낸다.


사랑이의 두집 살림을 강아지 전문가들은 달가와하지 않는데, 우리 사정상 어쩔 수 없으니 사랑이도 적응해야 했고, 우리도 적응해야 했다. 아이 기르는 거랑 똑같다. 아침저녁으로 육아 돌봄시간을 맞춰야 하니까. 내가 야근하면 그이가 데릴러 가기도 하고.


이제 사랑이가 온지도 1년이 넘었는데 우리는 모두 잘 지내고 있다. 사랑이는 아침마다 엄마집에 가는 걸 즐거워한다. 출근준비를 마치면 어서 가자고 먼저 켄넬에 들어가기도 하고 켄넬이 없을 때는 먼저 현관에 나가서 기다리고 있다.


엄마 아빠도 사랑이가 온 이후로 훨씬 밝아졌다.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종일 잠만 자더라도 꼬물거리는 생명체가 함께 있는 순간은 다른 시간인 것 같다.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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