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와 그이와 나]
사랑이는 겁이 많은 아이다. 그래서 낯선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타거나 집에 오면 짖는다. 자기가 깜짝 놀랐을 때도 짖는다. 욕실에서 수증기가 올라오는 걸 보고도 짖는다. 청소기 소리에도 짖는다.
강아지를 키워본 사람들은 사랑이가 겁쟁이임을 대번에 알아챈다.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너 겁이 많구나" 한 마디가 그렇게 위안이 된다. 사랑이를 동네 무법자가 아니라 겁 많은 아이로 알아봐주는게 그렇게 고맙다.
나도 겁이 많다. 세상 두려운 일이 많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일 중 하나는 낯선 사람과의 통화다. 일을 시작하면서 모르는 사람들과 하루에 통화를 수십통씩 해야했다. 그 이후로 누군가와 전화하는 것이 그렇게 두렵다. 일을 시작한지 벌써 이십년이 다 되어감에도 여전히 낯선 사람과의 통화는 최대한 뒤로 미루게 된다.
무엇이든 잘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두려움은 더 커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나를 알아서 이제는 좀 슬렁슬렁 살려고 마음먹은지 한참인데도 잘 되지는 않는다. 어쩌면 나도 사람들이 알아주면 마음이 더 괜찮아 질까? "너 겁이 많구나"라고 한 마디 말을 들으면 좀 더 괜찮아질까.
엄마 닮아서 겁이 많은 너에게 항상 이야기하지. "괜찮아. 엄마가 뒤에 있잖아. 함께 있잖아." 내가 언제나 너와 함께 있을게. 베란다 나가는 데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알려준 너에게, 커가면서 그래도 점점 용감해지고 씩씩해지고 있는 너에게 많은 걸 배워. 요즘에는 엘리베이터에서도 많이 짖지 않고, 오히려 너를 안고 있을 때보다 하네스를 하고 땅에 네 발을 딛고 있을 때 더 짖지 않는 널 보면 세상에 혼자서 더 잘하는 너가 대견하고 나도 혼자서 더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해.
용감한 우리 사랑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