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 생존기] 코를 자극하다
몇 년전부터 알러지가 심해져서 향수를 못 썼다. 피부에 두드러기가 올라와서. 그래서 남은 향수들은 모두 디퓨져로 사용했다. 상담에 가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상담센터에 들어가자마자 좋은 냄새가 난다. 그득하다. 라벤더 향이다.
최근에 향이 기분을 좋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센터에서는 도테라 오일로 그날 컨디션에 맞는 향을 고르게 하고 상담시간동안 맡을 수 있게 가습을 해준다. 천연오일이라서 건강에도 나쁘지 않다고 하고, 목욕할 때 몇 방울 쓰면 좋다고 해서 몇 년 전부터 목욕할 때만 사용했는데, 이번에 오일용 가습기를 샀다. 라벤더는 신랑이 좋아하는 향이라 샀는데 신랑이 상담센터랑 같은 향이라고 했다. 라벤더는 신경 안정을 시켜줘서 잘 때 베개에도 살짝 뿌리면 좋다는 향이다. 집에 그동안은 디퓨저를 썼는데 작은 공간에서만 향이 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향을 거의 맡을 수 없어서 만족스럽지 않았는데 가습기를 여러대 사서 집안에 향기를 품게 하고 싶어졌다.
시작은 섬유향수부터였다. 강아지가 발판에 쉬를 가끔해서 못하게 남은 향수를 뿌리거나 섬유향수를 뿌리면 거의 실수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섬유향수 냄새가 오래가고 좋은 거다. 그리고 다른 냄새가 나니까 기분도 달라지는 것 같았다. 강아지가 있으니 인공향은 안 좋을 것 같아서 천연오일을 사용하기로 했다.
가습기를 돌려보니 상담센터처럼 온 센터에 향이 나려면 하루종일 많이 설치해서 돌려야 할 것 같다. 천연 아로마라서(몇 가지는 먹어도 된다) 부담감도 훨씬 적다. 강아지가 코를 하도 빨아서 비염처럼 콧물을 달고 살아서인지 냄새를 잘 못 맡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우울을 이기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그 중에서 향을 맡아서 기분을 바꿀 수 있다면 나는 적극 권하고 싶다. 심신의 안정을 부르는 향도 있고, 페퍼민트처럼 환기를 일으키는 향도 있고, 오렌지처럼 기분좋음을 상기시키는 향도 있다. 이 외에도 밸런스라거나, 불안, 화를 삭이는 용도의 향도 있다. 종류가 엄청 많다. 나는 일반적인 향을 많이 쓴다. 15ml에 향에 따라서 가격이 다양하다. 엄청 비싼 것도 있고, 적당한 것도 있다. 우울증 환자에게 적극 권해보고 싶다. 향은 그 때 그 때 기분에 따라서 자기가 좋은 향이 바뀐다고 한다. 그러니 여러가지를 테스트해보면 좋겠다.
천연오일을 쓰다보면 향수를 잘 안 쓰게 된다. 인공향이 확 느껴져서. 그래도 가끔은 쓰기도 한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 그리고 아무래도 향수가 더 오래 가기도 하고.
살려면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 나한테 뭐가 맞을지 알 수 없으니까. 모두 다 처음 사는 인생이니까. 할 수 있는 건 다 하면서 오늘도 살아남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