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 생존기]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 모르겠다.
다음주 한주 병가를 냈다. 행사가 코앞인데, 모집이 아직 다 되지 않았는데 병가를 내게 되어서 마음이 좋지 않다. 지금은 새벽 1시. 졸린데 자기 싫다. 누워서 눈만 감으면 되는데 그 누워서 눈 감고 있는 시간이 싫다. 너무 졸려서 어지러울 지경인데도. 이 심리를 나도 잘 모르겠다. 눈을 감으면 어지럽고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일을 할 때는 멀쩡하다. 그런데 집에 오면 그걸 억누르고 있어서인지 남편에게 웃는 얼굴보다 힘든 얼굴을 더 많이 보여주게 된다. 그래서 일을 계속 해야 하는 건가 싶다가도 그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진짜 내 모습이 뭔지 나도 모르겠다. 남편을 웃으면서 맞이하고 함께 웃고 싶은데 그게 안 된다. 같이 산책할 때 얘기 나누는 것도 좋고 좋은데 어지럽고 표정관리가 안 된다. 남편은 걱정하면서도 말을 안 하는 것 같다. 남편이라고 왜 힘들지 않겠나. 조회수가 1천회를 넘었다. 우울을 겪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건가 했더니 남편이 자기는 그럼 '우울증 부인을 둔 남편'이야기를 써야겠다고 했다. 진짜 썼으면 좋겠다. 그럼 나도 남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꼭 써줘. 남편.
같이 일하는 친구가 믿음직해서 병가를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부장님도 적극 지원해줘서 병가를 낼 수 있었다. 이런 동료와 상사를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아마 병가를 내면 심심할 거다. 푸바오 굿즈 예약을 못했다. 4142번째 대기자였는데 짤렸다. 병가동안 쉬면서 뭘할지 모르겠다. 쉬는 방법을 모르는 건지 낮잠을 자는 것도 쉽지 않고. 벌써 걱정이다. 쉬면 좋아질까?
나는 일을 사랑한다. 사람들을 만나서 기획하고 계획하고 상상의 나래를 펴고, 실제로 그 일을 만드는 것이 좋다. 그래서 일을 할 때 멀쩡하다. 하지만 끝나고 돌아서면 아프다. 그래서 병가를 냈다. 어쩌면 진짜 내 모습은 아픈데 사람들 앞에서는 멀쩡한 척 하느라 더 힘든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관찰이 되니까 병가를 낼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자신을 잘 봐야한다. 잘 지내는게 잘 지내는게 아닐지도 모른다. 학습된 사회성으로 버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잘 돌봐야 한다. 사실 요즘 나는 나를 잘 못 돌보고 있다. 너무 많이 먹고 운동은 안 하고. 불안감인지 우울감인지 조증인지 뭘 먹지 않으면 안정이 안 된다. 정신과 선생님이 갑상선 호르몬 검사를 권해서 다음주 월요일에 해보기로 했다. 가슴 밑도 저린데 이유를 모르겠다. 처음 겪는 증상은 아닌데 요번에는 꽤 오래 간다. 이런건 어디를 가야하는 건지 모르겠다. 잇몸에 뭐가 났는데 잘 없어지지를 않는다. 치과도 가야한다. 온 몸이 고장이다. 이게 다 마음의 병인지, 몸의 병 때문에 아픈건지 구분이 안 간다.
요즘은 뭘 해도 잘 구분이 안 간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고 살 수도 있고. 울 수도 있고 웃을 수도 있고. 요즘 아침에 녹즙을 만들어 먹는데 오늘 아침에는 믹서기를 씻다가도 눈물이 날 뻔 했다. 미친 거 같다. 아니다. 꼭 미친 건 아닐 수도 있다. 생리주기가 짧아졌는데 갱년기가 오는 건가 싶기도 하고. 월요일에 병원에 가면 그 검사도 해봐야겠다.
병가 일주일을 뭘 하면서 보낼까. 사람들은 뭘 하면서 보내나. 성경 필사를 해야하나. 내가 이 일을 하면서 얻은 것이 병 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병을 얻었으니 이 일이 정말 내게 맞는 것인지 확인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이 일이 아니면 나는 무슨 일을 하나 싶기도 하고. 오늘의 글 처럼 나의 마음과 생각과 몸이 조각조각이다. 병가를 냈는데 마음이 편치 않고, 몸은 편하겠지만 또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뎌야 하나 싶고. 남편이 오늘은 또 회사를 간다고 해서, 언니도 여행가고 없는데 난 뭘해야 하나 방황 중이다.
마음 둘 곳을 찾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