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가지고 다닙니다.

[우울증 환자 생존기] 손목에서 빨간 피가 샘솟습니다.

by 마담 J

칼로 손목을 그으면 새빨간 피가 샘 솟는다. 따갑고 아프다. 지혈도 빨리 되지 않는다. 아프다는 걸 못 느낄만큼 무감각하다.


요즘은 아프기는 하다. 그래도 자해를 한다. 깊이하지는 않는다. 겁이 많아서. 그래도 상처는 몇 일씩 간다.


자해도 하지 말고 자살도 하지 말자고 글을 쓰고 나서 뒤돌아서면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자해를 했다.


매일 가지고 다니는 가방에는 칼이 들어있다. 문구용 칼이다. 꽤 날카롭다. 한 동안은 그냥 가지고만 다녔다. 가끔 볼 때마다 마음이 이상하다. 언젠가 내가 저걸 또 쓰게될까 하는 마음. 당장 자해를 하고 싶은데 아무것도 없으면 마음이 불안하다. 그래서 가지고 다닌다. 이게 맞는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보다는 몸이 아픈게 낫다. 몸이 아프면 정신이 돌아온다. 정말 이게 맞는 걸까?


오늘 정신과 약을 타러간다. 울증이 찾아와서 정신을 못 차리다가 결국 자해까지 하고 나서 병원에 간다. 미친거 아닌가. 그동안 미치지 않았다고, 미쳐가고 있는게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또 극한으로 몰리니 정신없이 몸과 마음이 날뛰고 있다.


손목이 따갑다. 그래도 목을 긋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낮에는 목을 긋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래서 약을 잔뜩 먹고 잤다. 의사 선생님은 자해를 하고 싶을 때 탄산음료나 단거를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순간적으로. 하지만 그런 거로는 해결되지 않는 순간도 있다. 결국 칼을 꺼낸다.


성경 필사본을 앞에 두고 자해를 하는 아이러니. 오늘 밤에도 성경필사를 할건데 나는 어떤 마음으로 하게 될까. 남편이 오늘 카톡을 보냈다. 나 지금 잘 하고 있다고.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아마 이 글을 보면 또 걱정하겠지. 그래도 자해를 한 것도 꽤 오랜만이라고 변명해본다. 그 동안 잘 참다가 한 거라고.


한 때 엄마를 원망했었다. 엄마 때문에, 엄마 인자를 받아서 내가 우울증에 걸린거라고. 지금 우울해하는 엄마를 보는 내 마음이 더 답답하다. 우리 남편도 그럴까. 인생의 고리가 참 신기하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하는 자해라고 하기에는 그냥 자해일 뿐이다. 내 몸에 상처를 내서 내가 정신을 차리는 정도의 수준이라면 나는 지금 안 좋은 상태다. 내가 내 상태를 인지하는 방법이 꽤나 폭력적이다. 나 스스로에게 사과해야 한다.


손목에 타투를 할까 생각해본다. 그러면 자해를 하지 않지 않을까 희망도 걸어본다. 요즘 타투는 예쁜 것도 많더라. 그게 정말 도움이 될까. 타투를 계속해서 하는 것도 고통이 주는 희열감을 느끼기 위해서 하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인생은 고통이라는데, 사는 것만 해도 고통인데 거기에 몸이 느끼는 고통을 찾는 것. 두려워하는 것이 많으면서도 고통스러운 걸 무서워하면서도 하는 자해의 마음은 어떤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 자해를 하고 칼을 필통에 다시 고이 넣었다. 한동안은 잠잠하겠지. 손목이 따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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