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숙제를 합니다

[우울증 환자 생존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니다

by 마담 J

일주일만에 회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러 갔다. 일어나지지 않는 몸을 이끌고 씻지도 않고 옷만 걸쳐입고 오후에 출근했다. 몸에 열이 오르고 감기가 오는 것 같았는데 따뜻한 차를 연달아 마시고 해가 지자 좀 가라앉았다. 밤에 프로젝트가 시작 되었다. 여전히 아무 감정도 일어나지 않고 '아.. 이제 그만하고 싶다. 이렇게 설레지 않다니..' 생각했다. 밤 10시에 마무리하고 집에 오는 길. 오늘은 입맛도 없어 하루종일 차만 홀짝거리며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를 즐기다가 나중에 폭식하지 않으려고 간단히 저녁을 먹었는데 발걸음이 자꾸 쳐진다. 집에 오니 남편은 술을 한잔 하고 잠이 들었다. 불꺼진 집에서 사랑이가 나를 반기고는 사랑이도 자러 갔다.


어제는 회사를 그만두고 급작스레 창업을 생각하는 나를 남편이 워~워~ 시켰는데, 남편의 현실 감각이 고맙고 좋으면서도 나는 그럼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맞을까? 혼란스러워서 기분이 좀 가라앉았고, 운동숙제를 간단하게 한 가지만 했다. 겨우겨우. 그래도 남편이 있어서 할 수 있었는데 오늘은 남편이 깊이 잠 들어서 같이 운동할 사람이 없다.


일단 어제 밤에도 세수를 안 했고, 오늘 아침에도 세수를 안 했기 때문에 세수와 양치를 하고 목욕도 하고 변기청소도 했다. 목욕을 하고 나니 그래도 피곤이 좀 풀리는 것 같다. 오늘의 갖가지 일기를 다 썼는데 운동일기만 못 썼다. 같이 운동하는 짝꿍이 없으니 더 하기 싫지만, 그래도 혼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을 했다. 오늘도 결국 8개의 일기를 다 채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것. 이것이 나를 지탱하는 힘이다. 컨디션이 아무리 좋아도 30점을 넘기지 못하고 10점대, 20점대를 맴돌고 있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를 마치기 위해서 하나라도 해 내는 것. 그런 나에게 스스로 응원을 해 주는 것. 그것이 나를 또 힘나게 한다.


남편을 만났을 때는 매주 상담을 90분씩 1년을 받고, 주 4-5일 필라테스를 하고, 목욕을 하고, 주 1회 마사지를 하고, 108배를 하고, 일기를 쓰고, 할 수 있는 걸 다 하면서 1년을 보내고 난 후였다. 상태가 아주 좋았다. 회사는 바닥을 치고 있었음에도 나는 좋았다. 그래서 남편이라는 좋은 사람을 알아보고 결혼도 할 수 있었고. 나는 나의 성공적인 결혼이 모두 상담치료에서 시작되었다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상담 선생님이 지난 시간에 나의 요즘의 노력을 칭찬하면서 과거에도 아주 좋아진 적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응원하면서 그 때 이야기를 했을 때, '아 맞다! 그랬지! 나의 성공 역치가 있었지!'하고 기억이 되살아 났고, 새로운 희망도 얻었다.


그래서 오늘도 운동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움직이게 할 수 없다는 사실. '일단 해보겠다는 마음' 그 마음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일도 회사에 간다. 오늘 성당 교리공부를 못가서 보충수업 듣고 회사에 가려고 한다. 성스러운 기운을 받고 가면 오늘보다는 좀 더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내일을 다시 기대해본다.


오늘도 숙제한 나를 칭찬하면서, 요즘처럼 성실하게 살았던 적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본다. 성실함은 사랑이라고 신부님이 말씀하셨다. 나와 내 남편과 내 가족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를 도와주는 상담 선생님과 운동 선생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또 성실하게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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