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는 처음, 엄마를 위해서 데려왔다. 엄마의 우울증 완화를 위해 당장 아이를 낳아줄 수는 없으니 꼬물이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였다. 사랑이가 오기 전까지 나는 애니멀 포비아가 심했다. 세상 모든 동물을 무서워했고, 그래서 길을 걷다가 새나 강아지, 고양이를 보면 가던 길을 멈추고 전진하지 못했다. 그런데 사랑이를 데려오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제 길 가는게 두렵지 않다. '짐승은 싫다'고 했던 엄마, 강아지를 질색하던 아빠도 사랑이를 보면 눈에서 대왕하트가 발사된다. 며칠 데려가지 않으면 사랑이는 뭐하나 궁금해서 연락이 온다. 보고싶다고.
사랑이가 처음 왔을 때, 조카들이 사랑이 보러 엄마 집에 자주 들렸다. 친구들도 데려오고. 덕분에 엄마, 아빠는 손자, 손녀들을 더 자주 볼 수 있었다. 그것만 해도 큰 효도였다. 아가 한 명이 집안의 분위기를 바꾸는데 사랑이도 집안의 분위기를 많이 바꿔주었다.
내가 아프고 나서는 엄마 집에 자주 데려가지 못하는데, 대신 나한테 효도를 하고 있다. 그냥 같이 있어주는 것만 해도 큰 위로가 된다. 사랑이는 약간 고양이과여서 혼자서 있는 듯 없는 듯 지낼 때가 많은데, 그러다가도 한번씩 말도 걸고 품에 파고들기도 하고, 나가자, 놀아달라 조르기도 해서 내가 무언가 생각에 빠지는 걸 환기시켜 준다. 어릴 때부터 배 마사지 받는 걸 좋아해서 세상 귀엽게 하루 한번 마사지를 받기도 하는데, 해 주는 내가 힐링 된다.
3개월 아가 때, 3살 때 마사지 받는 사랑이
휴가 기간동안 언니랑 같이 사랑이랑 산책도 하고 카페도 다니면서 효도를 하는 사랑이. 사랑이가 있으니까 산책도 나가고, 어디든 데리고 다니고 싶어서 카페고 가게 된다. 아직도 세상 호기심이 많고 먹성이 좋아서 카페를 좋아하기도 한다.
카페에서 웃고 있는 사랑이
요즘은 특히 더 사랑이가 고맙다. 우리에게 와 주어서. 요즘은 추워서 산책을 잘 못 나가지만, 그래도 알아서 자기가 장난감 놀아달라, 간식달라, 공 던져 달라, 안아달라 하면서 집 안에서도 잘 지내고 있어서 고맙다. 특별히 아픈데 없이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도 고맙고. 아직 3살이지만 청년이라 밤마다 곰돌이와의 사랑을 변함없이 나누는 것도 웃기고, 기특하고. (별게 다 기특!)
날이 풀리면 산책도 더 많이 하고, 이제 의사 선생님이 권하신 숲길 산책도 같이 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아지가 갈 수 있는 곳들은 많지 않아서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수목원 같은 곳들은 대부분 강아지 입장이 안 되어서 어디가 좋을지 모르겠다.
이제 내일이면 사랑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겨울 동안 사랑이랑 좋은 시간 많이 보내고, 사랑이도 나도 더 많이 튼튼해져서 내년에도 즐겁게 보내야지. 사랑이가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에게 더 많이, 오래 효도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