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 생존기] 나는 왜 안 괜찮은가
오늘 아침에 갑자기 눈물이 났다. 아직 괜찮지 않다. 나는 왜 안 괜찮은가.
어제도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사랑이 간식을 만들고 왔는데도 기운이 나지 않았다. 밤에 친구와 사업 브레인 스토밍을 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하고 싶은 일을 의논하면서 만들어가는 기쁨을 누렸다. 행복하게 잠에 들었다. 아침에는 회사에 낼 자료를 만들어서 보내고, 살짝 배가 고파서 밥을 먹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갑자기 오열을 하거나, 소리를 지른 적이 있다. 사랑이가 많이 놀랐다. 의사 선생님이 상담에서 최근에 그런 적이 또 있었는지 물었고, 없다고 했다. 기록을 찾아보니 11월 초에 그런 일이 있었다. 두달만이다. 두달동안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괜찮지 않은가보다. 오열까지는 아니었지만 이유없이 눈물이 차오른 건 두달만이다.
브런치에 꽤 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글을 쓰고 있다. 휴직을 한 사람, 회사를 그만 둔 사람 등 다양하다. 그 중에 공무원 부서장급이 우울증으로 두달 휴직한 사람이 있다. 휴직을 하기까지 많이 망설였는데, 하고 나니 적어도 죽고 싶은 생각은 안 들어서 좋다고 했다. 여에스더 박사도 뇌치료하고 제일 좋은 점은 죽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 거라고 했다. 나도 그랬다. 죽고 싶은 생각이 안 드니까 살기가 훨씬 나아졌다. 하지만 최근에 잠깐씩 솟아오르기도 했다. 결국 오늘 눈물이 터졌다.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나는 아직 환자다. 아직 아프다. 한번에 좋아지지 않는다. 오열 대신 눈물이 났다. 조금 좋아진거다. 적어도 소리를 지르며 울지는 않았다.
왜 괜찮지 않은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조금씩 좋아지고는 있다. 그렇게 믿고 있다. 회사에서 가족수당 신청을 하라고 해서 서류를 보냈다. 나는 아직 회사원이다. 만약 내 사업을 하게 된다면 나는 이런 보호막이 없어진다. 불안하다. 그래도 나중에 안 해봐서 후회하는 것 보다는 해보고 경험을 쌓는게 낫다. 몇 년 전에 사업 제의가 왔을 때 받아들였더라면, 나는 이미 사업가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다.
삶은 의문 투성이다. 나는 왜 괜찮지 않은가, 나는 정말 사업이 하고 싶은가, 나는 앞으로 밥을 벌어먹고 살 수 있을까, 남편은 어떤 마음으로 나를 보고 있을까, 사랑이는 괜찮은 걸까.. 궁금한게 많다. 살아내지 않으면 답을 알 수가 없다. 답을 알기 위해서라도 살아내야 한다. 시간이 더디 간다. 하루가 어떻게든 지나가지만 이 순간순간을 살아내야 한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한다. 지나간 시간들이 떠오른다. 좋았던 일, 나빴던 일 모두 회상하는 것 자체가 과거에 얽매이는 것 같다. 좋았던 일은 좋았던 대로, 나빴던 일은 나빴던 대로 소회가 일어난다. 좋았던 일은 '그렇게 좋았었는데'하고, 나빴던 일은 '그렇게 안 좋아서' 하고 소회에 빠져든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일 뿐, 그냥 그런 일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지금으로 돌아올 수 있다.
눈물이 지나갔다. 지나간 일이다. 괜찮지 않은 순간이 지나갔고, 다시 안정이 찾아든다. 그럼 됐다. 그저 오늘 하루를 평안히 지낼 수 있도록 바라고 살아내면 된다. 그게 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