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 생존기] 움직여야 해요
뇌부자들이라는 정신과의사들 유투브를 보는데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자존감을 높이려면 세가지가 균형이 맞아야 한단다. 자기효능감, 자기안정감, 자기조절감. 그 중에 자기조절감은 자기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다는 만족감인데, 우리나라는 자기효능감(자기가 일을 잘 해낸다는 성취, 쓸모있음에 대한 자신감)만 강조해서 병이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진료실에서 '이제 해야하는 것 말고 하고 싶은 거 하고 사세요'라는 말을 많이 한단다. 우리 의사 선생님도 나에게 꾸준히 하고 싶은 거, 재미있는 거 찾아서 하라고 말했다. 특히 휴가를 냈다는 말을 듣고 숲에도 다니고, 예전에 좋아했던 것들도 다시 해보고, 하고 싶은 거 찾아서 하라고 했다.
공연보는 걸 엄청 좋아했었다. 그래서 1년에 60개정도 공연을 본 적도 있다. 일을 미친듯이 할 때였는데, 회사에서 야근 하지말라고 해서 일은 하고 싶은데 못하게 하니까 열 받아서 '에라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미친듯이 공연을 본 적도 있다. 1년이 52주니까 일주일에 두 개씩 공연을 본 적도 있다는 건데, 그래서 돈이 없었다. 이 글을 쓰면서 연극을 2개 예매했다. 월에 하나씩. 역시 돈이 많이 든다. ㅠㅠ 그래도 공연장에 가면 늘 설레고 좋으니까.
훌라 명상과 마나카드, 훌라댄스 워크숍을 다녀왔다. 지인이 훌라를 하면서 너무 행복해해서 꼭 해보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연이 닿아서 다녀왔다. 워크숍에 모인 훌라하는 사람들이 모두 너무 행복해보였다. 언니와 나에게도 훌라를 하라고 권했다. 주변 사람들을 누구를 만나느냐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역시 행복한 사람들과 있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다녀와서도 에너지가 충만해서 쉽게 꺼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훌라를 계속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나카드를 하나씩 뽑고 해석을 듣는 시간을 가졌는데, 마나카드는 하와이안 지혜에 관한 카드로 타로와 비슷하지만 다르다. '2024년 나에게 필요한 하와이의 지혜는 무엇인가요?' 질문하고 뽑았는데, '파도NULA' 카드가 나왔다. 나의 감정이 파도처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파도를 탈 수도, 밖에서 볼 수도, 심연으로 들어갈 수도 있는 거라고 했다. 나는 파도가 아니라 파도가 있는 바다라면서 감정을 잘 보고 다루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의 나에게 딱 맞는 카드였다.
곧 훌라를 시작하기로 했다.
좋아하는 걸 하기 위해서는 움직여야 한다. 부지런하고 성실해야 한다. 친구가 말했다. '하느님은 부지런한 사람을 좋아해요.' 그러게 말이다. 집에 있으면 대체로 나가기 귀찮아지는데, 그러면 내가 지금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거랑 뭐가 다르지? 생각이 든다. 에너지가 정체되어서 기운이 가라앉는다. 움직여야 한다. 여기저기 싸돌아다니고 부지런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해야 내가 좋아진다.
생각나는 걸 바로바로 해야한다. 2024년에는 좀 더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나를 사랑해줘야겠다. 그래서 행복의 기운이 나에게 그득 차도록 해야겠다. 우울증과 조울증, 공황장애를 이겨내기 위해서 사는게 아니라, 그냥 나 자체로 행복하기 위해서 살아가야겠다. 지금까지 내가 스스로 묶어두었던 것들을 벗어버리고, 아예 다른 관점으로 인생을 다시 디자인해서 살아야겠다. 나는 환자라고, 아프다고 틀에 가두지 말고, 모든 전제를 잊어버리고 그냥 행복해야겠다.
이미 행복한 남편 옆에서 나도 그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함께 있으면 즐겁고 재미난 사람이 되어야겠다. 훌라를 하는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충만함이 내게도 만들어져서 나도 주변을 충만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생각과 기대를 하게 된 것에 감사하다. 늘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 관리가 병이라는 한계에 갖힌채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에 감사하다. 아예 프레임을 벗어나서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에 감사하다.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일년을 시작할 수 있음에 또 감사하다. 주일을 충만하게 시작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