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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빈 Jan 25. 2018

마흔; 워킹맘의 비애


첫 아이가 중학교에 갑니다.

코 앞에 있는 중학교에 배정이 안되고,
멀리 있는 중학교에 배정이 되었다.
버스를 태워 보내야한다.
참 속상했었다.
아이도 등하교길이 고생이고,
내 상황이 워킹맘이라...아이 학교가 멀어지면... 더욱 고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기도를 했었다.       

https://blog.naver.com/simplebean33/220912073464                                           

                                                                                    

며칠 전 중학교에 가서 배치검사를 보고 왔다.
그날 난 직장 일이 너무 바빴다.
이런 때를 대비해... 마을버스 타는 법을 훈련시켰었다.
처음에 아이는 벨 누르는 것도 잘 모르고, 교통카드 찍는 것도 잘 몰랐었다.
몇 번 마을버스를 함께 타고 중학교에 가면서 훈련을 시켰다.
그 날도 혼자 마을버스를 타고, 배치검사를 보러 갔다.
그 날 퇴근해 보니... 아이가 파김치가 되어있었다.
그냥 배치검사가 힘들어서... 아니면 컨디션이 안좋은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책가방을 보니... 새로운 교과서가 들어있었다.
가방 무게가 장난이 아니었다.       

                                           

                                                                                                                                                                                                                                                            

세상에... 이렇게 무거운 가방을 혼자서 들고 왔단 말이지...
다른 아이들은 엄마들이 차를 가져와서, 픽업했다고 한다.
아... 이걸 들고 오느라... 아이가 피곤했었구나...
난 허당 엄마다.




내가 이렇다는 것을 알기에... 미리 준비하는데도 불구하고... 허당 엄마이다. 나는...
짠했다... 
사실 살뜰히 못챙겨주는 부분이 많다. ㅠㅠ
그런데 아이는 완벽주의의 성향이다. ㅠㅠ

워킹맘..
아침에 일어나 정신없이 아이들을 챙겨서 학교에 보내고,
퇴근시간에 맞게 퇴근을 하려면 직장에서 쉼없이 일을 한다.
퇴근 후에는 또다시 집으로 출근한다.
청소, 빨래, 저녁식사 준비, 아이들 학교생활, 학원생활 체크......
2교대인 셈이다. ㅎㅎ.. 매일매일이...
더구나 나의 남편님은 출장을 자주 다니신다. ㅠㅠ
잠시의 틈이 없는 삶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삶을 사랑하기로 했다.
나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행복하게 살기로 했다.
미라클모닝을 하는 이유이다.
심플하게 사는 이유이다.

가끔 욕심이 난다.
나도 자기계발 강의를 들으러 가고 싶고,
나도 글쓰기 강의를 들으러 가고 싶다.
나도 인문학 강의를 들으러 가고 싶다.
나도 다시 첼로를 배우고 싶다.

그러나 아이들이 아직은 나를 필요로 한다.
몇 년 전에.. 약간 멀리 출장을 간 적이 있었는데...
아들아이 발바닥에 작은 유리가 박혔던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멀리 있었기에... 아이는 유리가 박힌 채로 몇 시간을 버텨야 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는 유치원생이었고, 발에 유리가 박혀 혼자 병원에 갈 수도 없었다.
집에 돌아와보니... 피는 흥건하고...아이는 겁에 질려 있고...
나는 그때 이후로,  아이들만 남겨두고 멀리 가지 않는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더욱 엄마의 손이 필요한 것 같다.
어릴 땐 몸으로 떼울 수 있는 일이지만, 커가면서 엄마의 정신과 마음이, 그늘이 더욱 필요해지는 것 같다.
사춘기가 다가올수록...
잦은 장기출장으로 비어있는 아빠의 자리도 내가 채워야 한다.
며칠 전, 친구가 @@강의가 있다고 한 번 배워보라고 알려준 강의가 있었다.
고민하다가... 오늘이 강의 시작날이었다는 것을 오늘 아침에서야 알게 되었다.
신청해보니... 마감이었다.
당연하지... 오늘이 강의 시작날인데...
어차피 잘 되었다.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 해야겠다.

나, 개인으로서의 꿈은 많으나... 
상황이 참 안받쳐준다.
나는 자의식이 높은 편이라... 이루고 싶은 꿈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내 인생... 참 폼나게 살아보고 싶었는데....    

https://brunch.co.kr/@simplebean33/164

                                                                                                                                                                                                                                                                                                       

나의 상황은 직장생활을 해야 하고, 아직도 육아를 해야 한다. 혼.자.서.  ㅠㅠ
인생의 씨줄과 날줄이 잘 맞추어져야 하는데, 이것이 안될 때가 많다.
개인의 꿈, 노력과 
시대, 운이 잘 맞추어져 
멋진 옷감이 만들어지는 것인데...
박완서 작가님도 한창 꿈꿀 나이에 6.25전쟁이 터져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어나갔다.

이제는 이런 상황을 힘들어하지 않는다.
이제는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해 가슴아파하지 않는다.
이제는 이런 상황에 안달복달하지 않는다.
헝클어진 씨줄과 날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다만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면 그만이다.
내가 행복하면 그만이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 하면 그만이다.
폼나지 않으면 어떤가...
다만 나의 씨줄을 꾸준히 준비한다.
나의 날줄이 언젠가는 교차가 되겠지.. 그러면 옷감이 완성되는 것이다.
비단 옷감이 되지 않아도 좋다.
무명 옷감이라도... 나의 땀이, 나의 삶에 대한 진지한 자세가 묻어 있으면 된다.

오늘은 첫아이의 중학교 생활을 점검해야겠다.      


https://blog.naver.com/simplebean33/220912780615

                                                

교과서에 이름도 쓰고, 노트도 챙기고, 화일도 챙기고...
아이 책상도 정리를 해주어야겠다.
처음에 세팅을 잘 해 놓으면, 아이가 그 다음부터는 그 시스템대로 한다.
어제까지 스트레스 받으며 직장에서 일했는데...
또다시 일의 연속이다.
아니다. 감사하다.

나의 길을 무시하지 않는 것, 이게 바로 인생이다. 
모든 인생에게 기회는 달리 주어진다.
남과 비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금수저, 흙수저를 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나의 길을 무시하지 않고, 
나는 나의 길을 가면 그만인 것이다. 행복하게... 감사하게...
오늘도, 아모르 파티...
오늘도, 나는 내인생을 사랑하기로 했다.         

https://blog.naver.com/simplebean33/220601074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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