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물건을 대하는 태도

선택권을 줄이는 쪽으로

by 조용한 선택

아이들 물건은 쉽게 늘어났다


아이들 물건은
생각보다 빠르게 늘어났다.
좋다는 책,
발달 단계에 맞다는 장난감,
입혀두면 예쁘다는 옷까지.
그때의 나는
아이를 위해
가능한 선택지를
많이 열어두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택지가 많을수록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느끼게 됐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아이들이
더 편해지지는 않는다는 걸.
무언가를 고르기까지
머뭇거리는 시간이 길어졌고,
결정을 미루거나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순간도
자주 보였다.


기준을 바꿨다


그래서
아이들 물건을 정리할 때
기준을 바꿨다.
더 많이 주는 쪽이 아니라,
선택권을 줄여
아이들이 덜 피곤해지게 하는 쪽.
이 선택은
아이들을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루를 조금 덜 소모하며
지내게 하고 싶어서였다.



많을수록 좋은 줄 알았다
처음에는
아이들 나이에 맞지 않는 책까지
집에 들여놓았다.
언젠가는 읽겠지,
미리 보여주면 좋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책장이 가득 찰수록
아이들은
책 앞에서
오히려 멈칫했다.


쉽게 꺼낼 수 있는 책만 남겼다


책을 줄이면서
기준이 단순해졌다.
아이들이
혼자서 쉽게 꺼낼 수 있는지,
지금 당장
펼쳐볼 수 있는지.
그 기준을 통과한 책만
남겼다.


소유보다 만남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도서관의 비중이 늘어났다.
집에 쌓아두기보다,
그 시기에 맞는 책을
그때그때 만나는 방식.
도서관 외출은
어느새
가장 조용하고
부담 없는 가족 외출이 되었다.


장난감


다 사봤다
장난감은
정말 많이 사봤다.
추천 목록에 있는 것들,
발달에 좋다는 것들,
기회가 되면
하나씩 집에 들였다.
정리만 해도
하루가 걸렸고,
놀기보다
치우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눈앞에서 줄였다


그래서
장난감을 한 번에 없애기보다
눈앞에 놓인 것부터 줄였다.
자주 쓰지 않는 것들은
창고로 옮기고,
일정 기간이 지나도
찾지 않는 것들은
기증했다.


예상과는 달랐다


장난감을 줄이면
아이들이 심심해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것이 줄어들자
아이들은
구석에 있던 장난감을
보물찾기 하듯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조금씩 달라진 시간


새로운 것을 찾기보다
이미 있는 것 하나에
머무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났다.
이것저것 옮겨 다니기보다
한 자리에서
조용히 놀고 있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이 변화는
기대했던 결과라기보다,
그저
관찰된 모습에 가까웠다.



필요 없는 옷들이 먼저 보였다
아이들 옷도
마찬가지였다.
특별한 날을 대비한 옷,
누군가를 만날 때를
염두에 둔 옷들.
생활의 구조가 바뀌자
그런 옷들은
자연스럽게 필요 없어졌다.


아이가 고르는 옷


옷장은
아이들이 직접 고르고
좋아하는 옷만
남게 됐다.
많지는 않지만
매일 손이 가는 옷,
입기 편해서
스스로 고르게 되는 옷들.
시즌이 끝나면
잘 입은 옷은
기증하거나
물려주는 쪽을 선택했다.


혹하지 않게 됐다


시즌오프, 핫딜, 한정판 등을 접해도
이전처럼
마음이 급해지지 않았다.
싸서 사기보다,
계절 초반에

제값을 주더라도
잘 입을 옷만 고르는 쪽이
지금의 생활에는
더 맞았다.


정답은 아니다


이 방식이
모든 아이에게 맞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더 많은 자극 속에서
에너지를 얻는 아이에게는
전혀 다른 환경이
필요할 수도 있다.


우리에게 맞는 선택


다만
예민한 나와,
결정 앞에서 쉽게 지치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 방식이
가장 평온했다.
선택지를 줄이고,
물건을 줄이고,
대신
하루를 덜 소모하는 쪽.


조용한 선택


아이들 물건을 줄인 건
통제하기 위해서도,
더 잘 키우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지금의 아이들,
지금의 생활에
맞는 환경을
조용히 고른 선택이었다.
정답을 만들지 않고,
다른 집의 방식을
설득하지도 않는 선택.
그게
아이들 물건을 대하는
지금의 태도이고,
우리가 한
조용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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