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nkie Aug 14. 2020

제로 웨이스트 여름 : 쓰레기 관리에서 벗어나기

진정한 여름 휴가는 집에서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이니까

요즘은 쓰레기보다 쓰레기봉투가 더 크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라는 게 이런 걸까. 매일 나오는 쓰레기라곤 치실, 찻잎, 그리고 포도 가지 정도. 한 달을 둬도 1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는 절반도 못 채울 것 같다. 한국에선 종량제 봉투를 꼭 써야 하고, 내가 사는 곳에는 1리터 크기가 없다는 게 슬플 뿐이다. 썩힐 수 있는 것들은 퇴비로 만들어 완전한 제로 웨이스트를 꿈꾸기도 하지만, 지렁이와 흙 바구니를 가져오는 날엔 룸메이트들이 기절할 게 분명하다. 


쓰레기가 너무 적어 슬픈 영혼인 나도 한 때는 여름만 되면 쓰레기와 사투를 벌였다. 의도치 않게 벌레를 키울 때도 있었으니, 나에게 따뜻한 날씨는 양봉이 아닌 양충의 계절이었다. 쓰레기 처리에 어느 정도 도가 트고, 부지런해지고선 그런 걱정이 훨씬 줄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면 틈만 나면 쓰레기통 닦기와 종량제 봉투값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여름이 되면 모두에게 여름철 쓰레기를 보라며 뉴스에서 대대적인 쓰레기 광고를 한다. 해수욕장에, 아니 그냥 출퇴근길에만 해도 플라스틱 컵이 넘쳐난다. 쓰레기통은 플라스틱을 감당하지 못하고 폭발한 지 오래다.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계절임을 나는 이렇게 실감한다.  


여름철 쓰레기 대책 중에 제일 좋은 방법은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거다. 이런 무책임한 사람이 있나 싶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이고, 실천 가능하다는 것을 호주에서 배웠다. 해변에 가든 산에 가든, 쓰레기가 하나도 없다. 맨발로 걸어 다니든 뛰어다니든 쓰레기를 밟을 걱정이 1도 없다. 처음엔 온 국민이 돌아가면서 해변에서 쓰레기라도 줍는 건지, 아니면 쓰레기를 길가에 버린 사람을 데려다 그 벌로 쓰레기 줍기라도 시키는 건지 의아했다. 


얼마되지않아 그 비결을 찾을 수 있었다. 공원에서 피크닉을 한다고 하면 유리, 스테인리스, 플라스틱까지 그 소재도 다양한 컨테이너에 과일과 샌드위치를 담아온다. 해변은 애초에 술 마시는 것이 금지되어있거나, 아니면 애초에 다들 열심히 수영과 서핑에만 집중하러 온다. 카페에서 아이스 음료는 플라스틱 컵이 아닌 종이컵에 줄 때도 꽤 많고, 식당이나 푸드트럭에서 테이크 아웃을 하면 종이 박스에 담아준다. 또는 여름의 한낮에 땀을 흘리는 한이 있어도 커피는 역시 핫이라고 외치는 더죽핫(더워 죽어도 핫 커피)들도 많다. 


호주에서 호되게 쓰레기 연수를 한 덕분에, 나의 쓰레기들은 계절을 타지 않는다. 겨울이든 여름이든 음식물 쓰레기는 일주일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다. 올해 여름엔 아직 카페에서 플라스틱 컵이나 빨대를 쓴 적이 없고, 앞으로도 쓸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따뜻한 커피를 위한 종이컵도, 종이 빨대마저도 말이다. 선크림은 알루미늄 용기에 담긴 것을 사 리필해서 쓰고, 겨울의 핸드크림은 안 쓰거나 시어버터로 대체한다. 


여름에, 특히 이런 시국에 가장 좋은 피크닉은 집에서 시원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쓰레기통도 안 닦고 악취와도 영원히 작별하며, 집에서 뒹굴거리며 책이나 읽을 수 있는 비결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수하려고 한다. 우리의 아름다운 연휴를 위해, 치얼스. 













야채는 뿌리까지 먹기


여름철 쓰레기에 대한 제일 큰 고민은 음식물 쓰레기다. 더워진 날씨 때문에 하루 이틀만 방치해도 과학 실험 저리 가라다. '이럴 거면 어렸을 때 굳이 학교에서 초파리를 모아서 관찰하려고 난리 칠 필요가 없었네. 재택으로도 가능한 건데...'라는 생각마저도 든다. 


야채만 먹으며 살아도 음식물 쓰레기는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전환점이 된 것은 야채의 뿌리에는 영양과 맛이 집중되어있다는 기사였다. 기사를 읽자마자 그다음 날 조리하고 남은 야채들과 뿌리, 껍질을 넣고 끓여 채소 스톡을 만들었다. 그 국물은 그대로 국수나 밥과 함께 먹을 정도로 진하고 맛있었다. 


그 이후로 야채를 먹을 때, 그것이 샐러드든 볶음이든 삶는 것이든 뿌리까지 모두 먹는다. 보기만 해도 내 목이 따가워지는 잔가시를 가진 오이와 가지의 아주 끝부분만 제외하고 말이다. 그리고는 오늘도 뿌리와 껍질을 함께 먹음으로써 영양과 맛을 더하는 나는 정말 대단한 요리사라고 생각한다. 굳이 음식물 쓰레기를 겨우 구출해 어찌어찌 먹고 있다는 식으로 슬프게 생각할 필요는 없으니까.


Solution : 감자, 고구마 등의 야채는 깨끗이 씻어 껍질채 먹는다. 브로콜리의 기둥은 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로 썰어서 같이 데치거나 피클을 만든다. 양파는 껍질만 벗기고, 뿌리는 잘게 다져 같이 넣는다. 파프리카나 토마토의 꼭지는 잘 씻어서 같이 조리하거나 가끔 생으로도 먹는다. 꼭지에 가시가 있는 가지는 그 끝부분을 과일 깎듯이 도려내어 버리는 부분을 최소화한다. 썩거나 상한 부분이 있다면 버리지 않고 도려내거나 잘라서 먹는다. 

 



수박처럼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 과일은 자제하기


여름이 된 기념으로 당차게 수박을 사 와서 열심히 손질했는데 음식물 쓰레기봉투가 꽉 찼다. 나는 뱃속에서 수박이 자랄 수 있다는 누군가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씨앗은 그냥 먹는 편인데, 그건 부피 줄이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수박 껍질을 무침이나 피클을 해 먹을까도 고민해봤했는데 수박 껍질은 언제 다 분리시키며 생각만 해도 정말 귀찮았다. 그래서 수박을 먹지 않기로 했다. 어쩌다 정말 간절하면 카페에서 수박 주스를 먹으며 음식물 쓰레기를 아웃소싱 하겠지만, 지난 두 달 간은 수박 없이도 잘 살아왔다. 


수박 제로의 삶을 살며, 같은 의미로 바나나와 오렌지도 먹지 않았다. 도대체 과일은 뭘 먹었냐고 하면, 포도나 키위같이 껍질 채로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씨까지 먹을 수 있는 정도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여름이면 과일이 넘치고 흐르는 계절이기에 수박 말고도 먹을 과일은 지천에 깔려있다. 아, 요즘엔 애플 수박이라고 해서 사과처럼 깎아먹는 수박도 있다고 하니 그것을 대체품으로 해도 좋을 것 같다. 


Solution : 과일도 야채처럼 껍질 채로 먹는다. 거기에 씨앗까지 함께 먹을 수 있으면 환상적이다. 나는 씨앗 뱉는 게 귀찮았던 걸 계기로 어쩌다 보니 10년 넘게 씨앗도 같이 씹어먹는다. 껍질과 씨앗도 같이 먹는다는 게 처음 시도할 땐 이질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란 적응의 동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몇 달 전엔 '키위를 생으로 먹어도 돼?'라고 생각했는데 시중의 과일이나 야채들은 잘 씻으면 껍질채 먹어도 죽지 않는다. 뱃속에서 과일이 자랄 일도 없으니 안심하고 먹자. 




냉장고가 비어있지 않은 자, 마트를 멀리하라


나에게 냉장고 파먹기란 연례행사였다. 어쩌다 생각나면 분기별로 냉장고에 있는 모든 것들을 끄집어내어 유통기한도 확인하고, 정체모를 곰팡이 가득한 야채를 보고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집에 있는 재료로 천 원만 있으면 만드는 레시피'를 봐도 그다지 화가 나지 않았다. 냉장고를 열어보면 다들 양파, 마늘, 당근 하나씩은 갖고 있잖아요? 그랬던 내가 지금은 장보기 전엔 늘 냉장고를 비워놓는 게 습관이다. 


물론 매주 냉장고를 싹 비운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뜻하지 않은 회식처럼 밖에서 밥을 먹게 되는 일도 있고, 왠지 오늘 저녁은 배가 안 고프다거나, 기대를 가득 안고 시도해본 첫 요리가 신고하고 싶을 정도로 맛이 없을 수 있다. 삶이 이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냉장고에 오이만 두어 개 남았으면 오이냉국에만 밥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장보기는 하루 미룬다. 또 그런 미래의 고난들을 생각하면 애초에 살 때부터 조심하게 된다. 무조건 세일한다고 많이 들어있는 것을 사기보다, 최대 일주일 동안 내가 먹을 양을 고심해서 구입한다. 넘쳐서 쓰레기가 되는 것보다 부족해서 조금씩 더 사는 게 낫다는 주의이기도 하다. 


Solution : 아무리 생각해도 집에서 요리해먹을 일이 없다면, 그 다음날 만큼은 점심에 도시락을 들고 나타나자. 여름이라 더워서 요리하기 싫으면 조리과정을 최소화하자. 튀김은 굽기로, 굽기는 찌기로, 찌기는 생으로 먹는다면 쓰레기 처리하는 수고보단 덜 더울 것이다. 











텀블러에 물 가지고 다니기


얼마 전 서울 OO구에서 하루 동안 수거한 쓰레기가 수용량을 훨씬 초과했다는 뉴스를 봤다. 거의 매일을 플라스틱 컵에 플라스틱 용기로 된 도시락에 일회용 숟가락과 젓가락, 아 그리고 플라스틱 빨대까지 무심하게 썼던 내 지난날을 생각해보면 놀랍지 않을 일이다. 그때와 비교해서 지금은 플라스틱이 더 줄기는커녕 그 포장 방법이 점점 진화하는 것 같다. 


여름의 그 후덥지근한 기온과 목마름은 참을 수 없다. 나는 작년에 그것을 해외에서 더욱 절실하게 경험했다. 40도를 넘나드는 날씨와 하루 종일 이어지는 트레킹에서도 내가 아직 살아있는 것은 500ml 텀블러에 담고 다녔던 물이다. 귀찮은데, 물 가지고 되겠어, 라는 생각이 종종 들었지만 더위 속에서 경험한 텀블러의 위대함을 알고 이제는 스마트폰보다 먼저 챙긴다. 




면 마스크 쓰기


올해는 마스크가 마치 내 몸의 일부인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 공적 마스크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는데, 한 번도 받으러 가본 적은 없다. 2년 전에 구입한 면 마스크를 매일 잘 쓰고 있기 때문에 크게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나도 이걸로 효과가 있을까 싶어 불안했다. 몇 달 동안 써본 결과 감염이 되거나 감기라도 걸린 적은 없었다. 마스크가 100% 예방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점은 면이든 일회용 마스크든 같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비치되어있는 손 소독제를 이동할 때마다 사용하고 출퇴근 외에 외출은 자제하는 것을 당연한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혹시 모르니 내가 재채기할 때도 마스크를 맹신하지 말고 팔로 가릴 것. 늘 2중 3중으로 조심한다. 그래서 올해는 휴가도 집에서 스펙터클하게 보내기로 했다. 물론 의료기관이나 감염 가능성이 높은 곳에 있어야 하는 분들은 그에 맞는 마스크와 도구들이 필요할 것이다.









식품에 있던 실리카겔을 제습제로


나에게는 누군가의 서랍과도 같은 더플백이 있다. 지금 사는 방엔 서랍이 없기에 겨울 장갑이나 보조 배터리처럼 요즘 활용하지 않는 물건들은 가방에 넣어둔다. 나는 내 가방을 사랑하지만 그들이 습기로부터 100% 안전할 것이라 믿지는 않는다. 가방 안에 제목 그대로 하마급 사이즈인 물먹는 하마를 넣어둘 수도 없고, 설령 슬림 버전이 있다고 하더라도 굳이 쓰레기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고안해낸 것이 실리카겔이다. 엄청 넓은 공간도 아니고, 가방 안에 물건 한두 개의 제습을 부탁하는 정도라면, 실리카겔로도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그 많은 견과류와 곡류를 지켜주는데 이것 한두 개쯤이야. 1년간 써본 결과 아직까진 괜찮은 느낌이다. 습기를 흡수해서일까, 한 번은 투명했던 실리카겔 중 몇 알이 검은색으로 변하기도 했다. 가끔 우연히 실리카겔을 겟하게 되면 그때가 곧 교체시기이다. 




제로 웨이스트 선크림, 대나무 선글라스, NO 우산 비닐커버


여름이 왔다. 어딜 가도 선크림은 다 플라스틱에 포장되어있었다. 제로 웨이스트들은 정말 태양을 피하든지 아예 포기하고 구워지길 택하는 건가 싶었다. 구글링을 해보니 제로 웨이스트 선크림들이 꽤 있었다. 플라스틱 제로는 물론이고 알루미늄에 담긴 크림 제형도 있었고, 선밤부터 스틱형인 것들까지 다양했다. 아직 한국에서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곳이 없는 듯한 게 아쉬울 뿐이다. 


선글라스는 대나무 선글라스를 구입하거나 중고 선글라스라는 선택지가 있다. 그러나 대나무 선글라스를 막상 사려고 하니 사실 그것은 대나무가 아니며 가공된 플라스틱이라는 판매자의 솔직한 답변에 충격을 먹고 선글라스를 안 쓰고 있다. 대신 작년과 올해 여름에는 일시적으로 태양의 남중 고도 시간, 해가 한창 놀러 다닐 시간에는 잠깐 그늘진 곳이나 실내에 있기로 했다. 


요즘은 우산 비닐커버 사용이 줄어든 모양이다. 그 대신 거대한 대걸레처럼 생긴 빗물 제거기가 이곳저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나는 지난여름부터 접이식 우산에 있는 우산 커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실내에 들어갈 때나 전철, 버스를 이용할 때 빗물을 열심히 털어서 커버를 씌우고 가방에 쏙 넣어둔다. 덕분에 '우산 안 가져오셨어요?'라는 말을 수없이도 듣는다. 그렇게 넣어두면 가방 안의 내용물이 다 젖지 않을까 싶은데 1년 간 종이책들은 비 오는 날에도 가방 안에서 마른 상태로 잘 지냈다. 지지난주엔가 재난영화급으로 비바람이 몰아치고 온몸이 홀딱 비에 젖었을 때도 내 종이책만큼은 멀쩡했을 정도다. 




추천 사이트 및 페이지

제로 웨이스트 자외선 차단제 추천 목록 : http://eco-boost.co/zero-waste-sunscreen/

Etsy : https://www.etsy.com/jp/?ref=lgo

핸드메이드 제품을 판매하는 사이트. Zero waste sunscreen, sunbutter, suncream 등의 키워드로 찾아보면 꽤 많이 나온다. 

Etsy에서 한국으로 직구 방법 : https://m.blog.naver.com/myrikason/22151606624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