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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kie Feb 23. 2020

정보 미니멀리즘 : 결정과 선택에도 독립이 필요하다

네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도 다 가져오진 않을게

나는 한 때 '느리지만 착한 친구'였다. 여럿이 모였을 때 점심에 메뉴를 가장 늦게 고르는 사람이었고, 과제라도 할라치면 자료조사에만 하루를 쏟았다. 좋게 말하면 신중했고, 반대로 말하면 참 우유부단했다. 


미니멀리즘을 시작한 덕분에 적어도 아침에 옷을 고르는 고통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다. 미니멀리즘을 하고 나의 옷장 속 옷들은 15벌까지 줄었고, 지금은 그것보다 더 적게 소유하고 있으니까. 나는 내가 더 이상 우유부단하지 않고, 결단력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착각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자료조사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었고, 그 시간만큼 뿌듯해했다. 자료조사만큼 모든 일에서 중요한 과정은 없다며, 토대가 중요하다는 변명을 해왔다. 구글에서 검색 결과는 10페이지까지 꼼꼼히 봐야 직성이 풀렸다. 


여행 가서 맛집 한 군데만 알아보려고 해도 블로그, 인스타그램, 지도 어플에 있는 후기, 가끔은 책까지도 살펴본다. 인터넷에서 쇼핑할 때에는 더 저렴한 상품을 찾기 위해 열심히 재고 따져야 한다. 뉴스와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뉴스와 SNS 피드를 매일 확인한다. 지난주 생긴 이슈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어느 쪽이 맞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이 중에 하나라도 내가 좋아하는 게 있겠지',라고 이야기하듯 무수히 많은 정보 속에서 하루 반나절 동안 시간과 에너지를 쓸 필요가 있을까? 미니멀리즘을 시작하고 옷을 고르는 시간이 줄어든 것처럼, 내가 결정할 때 접하는 모든 정보를 최소화할 수는 없을까? 그것이 정보 미니멀리즘의 시작이었다. 











우리의 결정을 힘들게 하는 원인에는 많은 심리학적 이유가 제시된다. 그렇지만 가장 주된 이유이면서,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조건은 지나치게 넘쳐나는 정보들이다. 그렇다면 그 정보들을 어떻게 통제하고, 타인의 의견에 덜 의존할 수 있을까.




모든 정보는 3개까지만


‘딱 3개만 클릭해서 보는 거야.’


정보 미니멀리즘을 시작하고 인터넷을 사용할 때마다 속으로 늘 되뇌었던 말이다. 물론 학술적인 부분, 논문같이 깊은 연구가 필요한 경우는 예외다. 그렇지만 우리는 매 시간마다 무엇을 깊이 연구하기 위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에 정보는 3개면 충분하다. 


반드시 상위에 있는 검색 결과가 아니어도 된다. 각자 본인 나름대로의 기준에 부합하는 가장 최상의 정보 3개를 택하면 된다. 나의 경우에는 키워드와 주제에 가장 부합하는 기사, 때로는 브런치처럼 블로그보다는 좀 더 정제된 정보를 갖고 있는 플랫폼을 선택하기도 한다. 


나머지 검색 결과는 클릭하지 않고 그 제목과 내용 미리보기만 훑으며 대략적인 구조나 동향을 파악하는 데 참고한다. 




1000원 샵보다는 편집샵, 대형서점보다는 책방


가끔 어떤 식당들은 한식부터 중식, 일식까지 이 세상 모든 요리 몇십 개를 메뉴에 다 집어넣는다. 반면 주인이 정말 자신 있는 메뉴 두세 개만 놓고도 입소문을 타는 곳들도 있다. 후자는 브랜드와 가게를 고르는 나의 기준 중 가장 첫 번째이다. 


이 방법의 핵심은 처음부터 선택지를 줄여놓고,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다. 마치 메뉴가 두세 개 있으면 선택할 시간이 줄어들고, 그런 가게일수록 그날 맛집 선정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말이다. 


나는 '네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다 가져와봤어'의 현실판인 1000원 샵보다는 가게의 개성이 반영된 편집샵에 간다. 조리도구, 욕실용품, 의류가 색상별로 디자인별로 펼쳐져있는 것보다는 조리도구가 필요할 때 엄선된 조리도구를 갖고 있는 편집샵에 가면, 선택지도 추려져 있을뿐더러,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 점원의 전문적인 정보까지 더해져 선택의 고민이 사라진다. 


정보 미니멀리즘을 시작하고 어딜 가든 항상 주변 가게를 유심히 둘러보는 습관이 생겼다. 각 물건의 종류별로 정해둔 단골 가게가 있는 것처럼 마음이 든든한 일도 없다. 뭐든 다 잘하는 집 말고, 잘하는 것이 분명한 집에 가자. 




혼자 결정하는 연습하기


정보 미니멀리즘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정을 할 때 지나친 정보와 타인의 의견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선택'이란 가장 정제된 정보만 몇 개만 가지고 모든 것이 차단된 곳에서 혼자 결정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사전 정보 없이 확고한 취향과 기준을 가지고 직접 경험하는 것으로 내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다. 


나는 지난주에 여행지 숙소를 정할 때 리뷰를 읽지 않았다. 대신에 내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 구비되어있는지(와이파이, 창문, 커튼 등)로 먼저 검색 필터를 설정하고, 그 후 사진과 총 평점 2가지만 확인했다. 맛집은 내가 주변을 산책하면서 들어가 보고 싶은 곳이 곧 맛집이다. 또, 나는 지금 와이파이를 끈 채로 이 글을 쓰고 있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 메신저와 핸드폰을 꺼보는 것을 추천한다. 부득이하게 검색을 해야 한다면 '정보는 3개까지만'원칙을 지켜보자. 오프라인에서는 혼자 밖으로 나가 여러 가게나 식당에 들러보자. 이 방법의 첫 번째 스텝은 타인의 의견을 차단하고, 나만의 독립적인 결정을 내려보는 것이다. 이 연습은 내가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에 대한 목소리를 기울이고, 그것을 파악해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스스로 선택해서 겪은 실패는 실패가 아니다. 진짜 실패는 남의 말을 듣고 실패했을 때 '남의 말에 의존해버린 것'이다. 선택을 두려워하기보다 직접 부딪히고 경험했을 때, 나의 취향에 대해 더 알아나갈 수 있다. 











이제는 한없이 재고 따지기보다, 편리하고 더 가치가 있다면 조금 더 가격을 지불한다. 남들이 한 결과물을 찾아보며 내 것과 비교하기보다, 와이파이를 끄고 개요를 먼저 작성한다. 그렇게 정보 미니멀리즘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동안 내가 잃고 있었던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나다움'이다. 


미니멀리즘은 나의 생활을 좋은 질과 잘 정돈된 편집샵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내 삶과 주변이 내 취향에 맞게 잘 편집된, 나를 위한 셀렉트샵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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