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집의 아이덴티티가 된 담장
돌담을 쌓는 사람을 석공이라고 부르는데, 장비와 석공 그리고 조공들이 돌담을 쌓았는데 편안집의 대지가 약 400평이라, 이 대지를 빙 둘러싼 돌담도 길 수밖에 없었다. 길이길이가 다 돈이었다. 돌담 위에 기와를 얹어야 하는데 당시에 돈이 부족하여 기와는 다음해 이른 봄이 되어서야 쌓았다.
돌담만 예쁘게 쌓았다고 다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이젠 본격적으로 시골집에 설비를 넣어야 했다. 우리는 회의끝에 최대한 시골집의 원형을 그대로 살리기로 했다. 현지 주민들의 걱정어린 시선을 받으며 샌딩을 마치고 샌딩한 목재에 오일스텐을 바르고 있을 때 어떤 분이 나에게 해주신 말을 여기에 남긴다.
"이 집 맞은편에 바베큐식당이 있잖아, 원래 이 땅 주인이 바베큐식당에 이 땅을 사서 주차장으로 쓰라고 했어. 그런데 바베큐식당 사장이 집이 있어서 골치아프다고, 이 집을 다 철거해주면 생각해보겠다고 했거든. 그런데 헐어버려야할 집에 돈을 쏟아부으니..."
걱정도 되셨을 터이다.
그러나 걱정이 돈을 보태주는 것은 아니었다. 돈은 우리가 마련해야했다. 이미 담장에 억대의 돈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다시 돈을 모아 설비와 나머지 공사를 마쳐야 했다. 특히 창호가 문제였다. 한옥은 창이 정말로 많고, 한옥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는 한식시스템창호나 목창호를 사용해야한다. 둘다 아파트에 많이 하는 PVC창호보다는 월등하게 비싸다. 한식시스템 창호는 빠르게 포기했다. 이 문은 너무 비싸서 언감생심이었다. 목창호는 한식시스템창호보다는 약간 저렴하고 한옥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런데 목창호는 말 그대로 나무 창호라 모두 목수가 수작업을 해야한다. 문 한 짝에 백만원 가량이 들고 적어도 문은 두짝이 필요하다. 그리고 외부와 면해 있으면 단열을 위하여 내외부 각각 문이 필요해서 네 짝이 있어야 한다. 창문도 창 하나에 최소한 문 네 짝, 갑창이 있을 땐 더 필요하고 화장실 문이나 부엌문도 모두 일일이 목수가 짜야한다.
편안집은 다락도 있고 다락의 양쪽이 모두 문으로 되어있다. 방도 4개, 방의 창이 8개 화장실도 4개인데 모두 창이 있었다. 딱 생각해봐도 창호에만 몇천단위의 돈이 들 거 같았다. 물론 창호에 붙이는 창호지나 유리는 제외한 금액이었다.
아니, 돌담, 창호, 지열보일러, 정화조 이정도만 해도 2억이 넘었다. 아직 방과 대청, 화장실, 기타 설비등은 시작도 못했는데...
산너머 산이 아니라 산너머 에베레스트가 버티고 있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