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고생10 : 행복한 뇌물 400평 한옥

동료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by simple life

동화속에서는 벨의 사랑이 야수를 왕자로 탈바꿈하게 하지만 현실에서는 돈이 한다. 우리의 벨은 사서고생에 대한 열정인데, 현실은 열정따윈 집어치우고 잔고증명을 하라고 했다.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가 '돈 없는 자들의 피난처'가 아니라 '돈 있는 자들의 기호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우리 공간의 유전자와 결이 맞는 스타일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 사서고생 동료 셋은 성북천이 내려다보이는 먼지투성이 철거 현장에서 긴급 회의를 열었다.

“펀딩을 해서 우리의 동료들을 찾자는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철거 공사판인 이 곳을 보고 1년동안 우리의 동료가 돼 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렇지, 아무리 AI시대 연대 스크럼을 짜자는 우리의 외침도 현실 앞에서는 먹고사니즘이 먼저였다. 이런 이유로 플라톤도 이데아는 하늘 저편에 있다고 설파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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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떡하나? 워떡해?


그때! 내 머릿속엔 우리의 지난 프로젝트가 떠올랐다.

강화도에 있는 400평 독채 한옥스테이 편안집!!

"우리, 사서고생 1년 멥버십 리워드로 편안집 평일 숙박권 어때요?"

"네?? 평일 기본 숙박비가 60만원인데요??”

일종의 '뇌물'이랄까? 지금은 철거 현장인 우리 사서고생 성북동 서재를 믿고 투자해 줄 '파운딩 멤버(Founding Member)'들을 향해서 우리가 내어 줄 수 있는 가장 커다란 뇌물. 그렇지만 다른 뇌물과 달리 받아서 완전 행복한 준비하는 나도 즐거운.


처음 숙소를 네이버 플레이스에 등록하자마자 체험단이나 마켓팅 제안을 전화벨이 끊임없이 울릴 정도로 받았다. "무료 숙박권을 주면 블로그 체험단을 보내서 리뷰 50개를 깔아주겠다"는 달콤한 제안들.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그 제안에 응한 적이 없다.

우리의 편안집이 어떤 공간인가? 부자도 아닌 우리들이 만2년 동안 고민하고 고민하고 고민해서 그동안 편안집에 쌓인 그 시간들을 허투루 헐어버리지 않고 부엌의 누가 했는지 모를 낙서마저 소중하게 간직해서 리모델링한 공간이다, 이러한 우리의 시간의부피에 대한 의미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단지 영혼없는 리뷰를 위하여 팔아넘길 수는 없었다. 차라리 비워둘지언정, 그런 식의 소비재로 우리 편안집을 만들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우리 사서고생의 파운딩멤버는 다르지.

우리가 편안집에 이어서 사서고생을 왜 하려고 하는가? 그건 우리들이 모두 시간을 간직하고 함께 있는 공간의 소중함애 동의하기 때문이다. 이 가치에 동의하면 우리의 동료인 것이다. 우리 동료들을 위해서라면 편안집의 높은 문턱을 아예 없애버리자.


월 5만 원 멤버십 비용으로 서재 이용권에 400평 한옥 숙박권을 리워드로 놓는다는 건, 자본주의의 문법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미친 짓이다. 하지만 우리 동료들을 만나기 위해서라면 이보다 행복한 뇌물은 없을 것이다.

P.S. AI 시대에 '물성'과 '사유'를 지키기 위해, 공유서점 <사서고생>을 오픈할 예정입니다. 혹시 이 글이 마음에 와닿으셨다면, 우리가 준비한 공간도 흥미로우실 겁니다. 텀블벅에서 파운딩 멤버를 모집 중이니 한번 구경 오세요.

https://airbridge.tumblbug.com/08eq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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