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이만 살았으면 좋겠다

by 오붓한일상

요즘 나는 일하며, 육아하며, 책읽으며, 수영하며, 축제를 다니며 지내고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짬짬히 나는 시간에 재택으로 일을한다. 직장이라는 틀과 9 to 6에 길들여져 있는 내가 24시간을 조율하며 내 시간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에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생각이 많이 달라진다.


아직 복직을 한건 아니고, 공연기획사를 다녔을 때 부터 친하게 지낸 언니가 오랜만에 연락을 하더니 "아르바이트 할래?" "물론!" 가볍게 시작했다. 그런데 공연 사이즈가 작지 않다. 일주일 동안 해외, 국내 클래식 아티스트가 연주하는 국제음악제다. 내가 맡은 업무는 크지 않지만 오랜만에 머리를 쓰는 일을 하니 복직을 앞두고 워밍업하는 기분이다. 일이 어색하지 않은 순간을 위해 문서를 만들고, 제작물을 위한 디자인 협의를 한다. 마음이 조급하지 않게, 그리고 할 수 있을까? 두려워하지 않고 하나하나씩 주어진 일을 해 나아가는 것. 다시 시작할 준비를 한다.


제안서 요청도 받았다. 이 건은 당장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닌데 공연+방송 프로그램 기획을 하고있다. 오랜 시간동안 재즈 공연을 하며 머리를 맞대온 뮤지션들과 제작자와 같이 새로운 음악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오랜만에 제안서 글짓기가 다소 까다롭고, 방송 관계자를 설득할 수 있는 문장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괜히 기획서 진도를 멈춰세운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간다는 것은 언제나 의욕이 앞선다.


수영은 계속 하고있다. 짬짬히 일정이 생기며 자유수영은 못가고 강습만 열심히 받고 있다. 평형을 배웠고, 접영 발차기를 배웠다. 자유형은 여전히 어려워서 유튜브에서 빠르고 편하게 숨쉬는 방법을 찾아보았는데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몸이 따라오지 않는다. 수영에서 가장 어려운건 몸의 좌우 균형을 맞추는 것 같다. 발차기를 할때 몸이 좌우로 휘청거리면 물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숨 쉬기도 힘들고 앞으로 속도가 나질 않는다. 접영 발차기를 할 때는 다들 앞으로 가질 않아서 수영장 레인에 주욱~ 늘어서 헉헉 거렸다.


얼마 전 누군가와 이런 대화를 했다. "요즘처럼 일도 하고, 운동도 하고, 취미생활도 하고, 준이랑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으면 참 좋겠다." 그런데 "이번 일은 공연 사이즈가 좀 크니 육아휴직 급여랑 합하면 나름 수익이 되기도 하지만 항상 이렇게 큰 공연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그게 프리렌서로 전향하는 것에 가장 망설여지는 일이야." 그렇다. 대학교 졸업 후 20년이 다되가는 기간동안 '직장'이라는 곳에 몸을 담고 회사의 이름을 내 앞에 걸고 일을 했으니 모래바람을 눈뜨고 맞는 허허벌판에 설 자신이 없는 것이다. 그 대신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지. 언젠가 먼 그 날에는 소소하게 내가 하고싶은 일들을 하면서 어딘가에 메어있지 않은채로 살아가고 싶다. 그렇게 꿈이라도 꿔 보자.


한줄요약 : 내 삶의 시간을 내가 움직이는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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