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빠른 엄마, 조금 느린아이_ADHD 성장기록
준이는 수학을 싫어한다. 싫어한다기 보다 집중하고 생각하는 것이 힘드니 잘 못하기도 하고, 그래서 재미를 못찾는 것 같다. 나도 수학을 잘 못했고, 싫었고, 안했다. 수능시험을 몇개월 앞두고 스파르타 과외를 반짝 받아 점수를 올렸던 기억이 있다.
준이는 2학년 때 구구단을 겨우 어찌어찌 외우고 3학년이 되었다. 여전히 어렵다고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진도는 앞으로 가는 법, 결코 뒤로 가지 않는다.
종종 수학 익힘책 숙제를 들고오곤 했는데 지난 주말, 오랜만에 두자리x한자리 숙제를 들고 왔다. 설명을 들었지만 선생님한테 한번 듣고는 풀기가 어렵고, 학교에서는 친구가 도움을 줬는데 집에서는 엄마가 한번 더 설명을 해줘야 할 수 있겠단다. 요즘 수학은 어떻게 가르쳐줘야 할지 나도 어려운데 그래도 연산 부분이라 설명을 해주었다.
숙제를 미루고 미루다가 하는 상황이라 잠이 밀려오는 준이를 붙들고 설명하고 푸는 걸 봐주고, 다그쳤다가 다정했다가 방에가서 나머지를 다 풀고 나오라고 했다. 20분 정도 혼자 끙끙대더니 다 풀었다며 채점을 하러 들고왔다. 6쪽 분량이라 예전 처럼 틀린 문제가 많을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전체에서 3개를 틀렸고 나머지는 잘 풀었다. 너무 졸리니 틀린건 다시 못하겠다고 큰소리 치는 준이에게 언제 이렇게 잘 하게 됐냐며 칭찬하고 내일 학교가서 풀어라 하고 재웠다.
수학학원에서는 집중이 안되서 가르치기가 어렵다 했다. 선행을 시키고 싶은 마음도 없고, 시킨다고 해낼 수 있다고 아니 그렇게 공부의 재미를 잃게 하고 싶지는 않아서 다른 학원으로 옮기지도 않았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올해부터 다시 교과 일정에 맞춰 홈런 패드 수업을 하는 것 뿐인데 책에 비내리듯 틀린문제만 잔뜩이던 아이가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겼다. 영재가 된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심화 문제를 푼 것도 아니다. 그저 교과서를 풀었을 뿐인데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 하라고 하면 싫어! 싫어! 를 외치면서도 매일 학습을 하고, 다정한 담임선생님을 만나면서 느리지만 차근차근 가고있는 준이는 스스로 자라고 있었다.
“엄마, 나는 지금 배우는 중이야! 그러니까 화내지 말고 알려줘야지. 틀릴 수도 있어, 그런데 선생님이 계속 못 하는 사람은 아닐거라고, 잘하게 될거라고 그랬어! 맞지? 나도 그렇게 되는거지?“
머리를 한대 맞은 듯 맞는 말만 골라서 하는 아이에게 반성의 마음을 전하며 가르쳐줄때 화내서 미안해~ 사과했다. 엄마의 속도에 너가 맞지 않는다고 너의 인생 전부가 그렇게 되진 않을텐데 엄마가 바보였다.
“준아, 뭐든 해. 너는 뭐든 될 수 있어. 괜찮아!”
엄마는 오늘도 반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