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업, 엄마모임, 채혈전쟁
#공개수업
오늘은 준이의 공개수업 날. 부지런히 시간에 맞춰 학교에 도착했다.
준이는 유치원 때나 지금이나 내가 나타나면 관심을 받기위한 행동을 하는데 활동에 참여를 잘 하지 않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며 내 시선을 끌곤했다. 오늘도 엄마가 있다는 것이 어색했는지 "안할래요~"를 반복하며 일어나야 하는 활동, 숫자빙고 등 수업의 반은 참여하고 반은 안하는 모습을 보였다. 책상에 앉아서도 한쪽 다리를 의자에 올렸다가 내렸다가 다소 산만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선생님의 말씀을 전혀 안듣는 건 아니었고, 느리지만 따라가며 나름의 방식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 큰 엄마지만 전날 알림장에 적힌 담임선생님 말씀 "초등학교 입학한지 1달 반 밖에 안된 아이들입니다. 현재도 우리 아이들은 놀랍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수업 참관을 하실 때 우리 아이들을 '응원'하고 '칭찬'하는 마음으로 봐주시고, 비교나 평가의 관점으로 아이들을 보지는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선생님도 열린 눈으로 아이를 보시는데 엄마가 평가의 잣대로 보면 안되지! 라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수업을 마친 후 담임선생님은 준이에게 다가가 왜 참여가 어려웠는지 질문을 하시는 듯 보였다. 어제부터 팔이 아프다고 했던 준이는 아프다는 말을 했는지 선생님께서 준이가 팔이 아프다고 병원을 가야겠다고 말을 해달라고 했다며, 평소에는 잘 하는데 오늘 좀 어려웠나보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그래, 우리 준이는 참 잘하고 있는 아이였다. 아이를 믿자, 학교가 너무 좋고 재미있다고 한 말을 그대로 믿고 아이를 기다리자.
조급한 엄마는 또한번 마음을 고쳐먹는다.
#엄마모임
공개수업이 끝나고 20명의 엄마들이 카페로 이동했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모이기 힘들기도 하고, 얼굴을 본 김에 다들 모임을 한다고 전날 밤 대표 엄마의 메세지가 왔다. 중요한건 본인은 해외 여행 중이라 진행을 맡기가 어려우니 폴리스맘 대표를 맡은 준이엄마가 진행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말이었다. 흔쾌히 가능해요! 시간 되시는 분들 차한잔 마셔요~!라고 쿨한척 대답했지만 이런 사적 모임에 매우 취약한 나는 밤부터 부담이 가득했다. 아침이 되니 참여할 수 있는 엄마의 수는 20명이 되었고, 큰 카페가 별로 없는 동네에 갈 곳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걱정 아침부터 예민해진 나는 스트레스를 스스로 만들었다.
다행히 수업이 끝난 뒤 유일하게 있는 큰 카페에 바로 전화를 걸어 자리를 맡았고, 가시죠~! 라면서 또다시 쿨한 캐릭터로 변신하며 엄마들과 이동했다. 자리에 앉아 주문을 받고, 나가실 때 각자 결제하시면 되요~ 자, 우리 이제 누구 엄마인지 소개하는 시간 가져볼까요? 저는 준이 엄마구요~ 제 오른쪽 부터 돌아가며 소개할께요~ 다음은...저도 처음이라 ... 흘러흘러 자연스럽게 삼삼오오 대화가 시작되었다.
휴... 이제 됐다...고 생각했는데 한 엄마가 우리 자리를 좀 바꿔보면 어때요? 아, 그럼 5분씩 옆으로 이동할까요? 이렇게 하면 주변 분들이 다들 바뀌었나요? 휴... 이제 됐다...고 생각했는데 한 엄마가 우리 남자, 여자아이 엄마로 나눠볼까요? 아, 그럴까요? 이쪽이 남자아이 저쪽이 여자아이로 나눠볼께요. 한참을 이야기를 하고 갈 사람은 가고 또다시 자리를 옮겨 나머지 대화를 하고, 다 같이 학교 끝날 시간이 되어 나와 학교 후문으로 이동했다.
우르르 아이들이 나오고, 준이를 만나고 또다시 우르르 놀이터로 이동. 30분을 뛰어 논 뒤에 학원갈 아이들 핑계삼아 집으로 들어왔다. 에너지를 모두 쓰고 바닥이 난 채로 너덜너덜... INTJ인 나는 집에 혼자 있을 때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사람인데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진행자 역할을 하고나니 지치고 지쳐 아무것도 하고싶지가 않았다. 그래도 잘했다. 남자아이 엄마들 전화번호를 알았고, 준이의 친구들을 더 만들어 주었으니 엄마는 할일을 다 했구나!
#채혈전쟁
힘든 시간을 보내고 쉴틈도 없이 오늘은 준이의 비염 진료 예약을 한날. 동네 이비인후과, 한의원 등등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한채 제대로 검사라도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예약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비염 전문교수 진료. 차도 없는 날이라 버스를 타고 내려 걷고 병원에 도착. 진료까진 아름답게 마무리 되었는데 문제는 알레르기 검사를 위해 해야하는 채혈. 피뽑는다는 말을 듣기가 무섭게 눈물을 글썽이며 무서워요, 싫어요...안갈래요, 다른 방법은 없나요... 구구절절 말하는 준이를 데리고 채혈실로 갔다.
예방접종도 겨우 맞추는 터라 아이를 잡아줄 신랑도 없고, 과연 괜찮을까 걱정을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채혈실을 뛰쳐나오고 울고불고, 옆에 계시던 남자분께서 준이를 달래고, 검사하시는 선생님도 아프지 않으니...자리에 앉았다가 나왔다가를 30분 실랑이를 했다. 결국 남자 선생님까지 나오셔서 팔을 붙들고, 나는 어깨를 누르고, 한 선생님은 바늘을 꽂고 준이는 소리소리 지르며, 죽네 사네. 옆에서 보시는 어르신들은 껄껄 웃으시며 괜찮아~ 괜찮아~ 다 끝나고 나서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왜 사과는 내가 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혼이 쏙 나가서 벤치에 앉았다.
아이는 눈물을 뚝뚝흘리며 투덜거렸지만 바늘을 찌르고 난 뒤에는 안아팠다고, 애썼다며 꼭 안아주었다. 다 하고나면 먹고싶은걸 다 사주겠다는 약속으로 오늘도 치킨을 외쳤고, 지금 옆에서 닭다리를 들고 뜯고있다.
기가 빨린다. 쭉쭉 빨려서 바닥까지 달라붙은 기분이다.
왜 오늘같은 날 병원 예약을 했을까, 내일은 담임선생님 정기 상담이고 윤선생 영어 선생님이 처음 오시는 날인데. 어떤 하루가 될까 벌써부터 또 걱정이다.
쉬어야겠다.
피는 준이가 뽑았는데 내 팔이, 어깨가, 머리가 아프다.
그래도 감사한건 자신은 오늘 피도 뽑았으니 다음 예방접종은 하나도 안아플거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준이 모습. 그래 그렇게 하루 또 하루 하나하나 해내다보면 어느샌가 무럭무럭 자라버린 너를 보고 또 감사해 하겠지. 애썼다,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