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경계의 두려움

형님의 암 재발

by 오붓한일상

형님은 나보다 두살이 많다. 대학교 2학년 때 결혼을 해서 아이 셋을 낳고 이제 가장 큰 아이는 대학생, 둘째는 고3, 셋째는 고1이다. 성악을 전공했고 아이 셋도 모두 성악을 한다.


형님은 오래 전 유방암을 앓았고 완치되었다. 그러다 3년 전 쯤 재발했고 다시 치료해 완치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 정기검진에서 간으로 전이된 암을 발견한 것이다. 급성이었다. 작년 말 스트레스가 심했던 형님은 많이 힘들어했고 그영향으로 몸이 많이 지쳤던것 같다. 어머님은 무엇을 원망해야 할지 모를 만큼 힘들어 하셨고 형님은 이런저런 치료방법을 의사와 상의하며 신약 임상에 참여하기로 했다.


1차, 2차 항암주사는 아프지도 않고 잘 보냈는데 세번째 주사는 형님을 많이 지치게 했다. 어머님댁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3차를 맞은 후 부터 요리하는 냄새도 너무 싫어 먹기도 힘들고 기운이 없다고 하더니 며칠 전 아침 화장실에서 저혈압으로 쓰러진 것이다. 어머님과 둘이 있었는데 어머님은 기겁 하셨고, 겨우 소파로 옮겨두고 조카들을 부른뒤 엉엉 우셨다고 한다. 병원에 전화를 걸 정신도 없으셨는데 다행히 형님은 깨어났고 기운없는 상태로 4차 시에는 요양원으로 가야겠다고 했다.


그 날이 아버님 생신이라 교회로 깜짝 방문을 했는데(아버님은 목사님이시다) 형님 소식을 듣고나니 지하철을 타고 퇴근 하신다는 아버님을 그냥 가시라고 하면 안될 것 같아 모시고 안산으로 갔다. 형님은 기운이 없었지만 우리를 반가워했고 어머님도 오랜만에 만난 손자가 너무 반가우셨는지 평소와는 다른 높은 목소리로 환영을 하셨다. 마지막으로 본 것이 학교가기 전이었으니 그간 잘 먹고 단단해진 손자가 너무 예쁘고 의젓해진 모습에 기특해하셨다.


얼굴만 보고 금방 출발하려고 했는데 저녁을 먹고가라는 말씀. 할머니집에만 가면 천방지축이 되는 준이는 옆에서 정신없이 일어났다 앉았다 하며 밥을 대충 먹었고, 나도 힘들어하는 형님을 보며 얼른 먹고 가야지 하는 마음에 후루룩 먹었다. 먹고 일어나 얼른 기운 차리고 곧 만나자는 말을 건내고 차에 올라탔는데 체한 것 같이 속이 답답했다.


다음 날, 형님은 어머님이 일하러 나가신 사이 너무 아픈 나머지 친구를 불러 요양원으로 거처를 옮겼다. 영양주사를 맞고 요리하는 냄새 없이 밥을 먹을 수 있으니 좀 나아지겠지 기대한다. 오후에 전화를 걸으니 받는다. 기운없이 "올케~" 마음이 아프다. 좀 괜찮냐고 하니 밥도 먹었고 주사도 맞으니 좀 낫다고 한다. 길게 통화할 힘은 없을 것 같아 얼른 만나요 면회갈께요 하고 끊었다.


저녁 집에 돌아온 신랑은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니 당신도 준비를 하라고 한다. 신약이 잘 듣는지 암덩어리도 일부 없어지고 많이 줄어들었다는데 좀 지친거 아니냐고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암 환자는 암 보다 다른 이유로 안좋아지는 경우가 많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한다. 슬펐다. 조카들이 아직 저렇게 어린데, 그동안 참 많이 고생했는데 자꾸 반복되는 고통은 왜 자꾸 형님을 찾아가는지 모르겠다.


첫째 조카에게 연락을 했다. 좀 뜬금 없었겠지. 숙모가 연락을 한적이 거의 없으니. 아르바이트를 가는 조카에게 도움이 필요하거나 급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 부담갖지 말고 연락을 하라고 하니 그러겠다고 한다. 엄마가 아픈데 얼마나 힘이들까 생각하니 더 챙겨야 겠다고 생각이 든다.


형님은 요양원 침대에 누워 무슨 생각을 할까, 잘 살았다 생각할까 아니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까. 그래도 아직 우리들 곁에 있으니 더 아끼고 더 살펴야겠다. 약이 효과가 있다고 하니 지친 몸이 회복하고 힘을 내어 그 효과로 다시 일어나 우리와 함께 깔깔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지면 정말 좋겠다.


삶은 참 야속하다. 이유를 모른 채 우리는 어려움을 견뎌내야 하고, 억울해도 받아들이고 그것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안에서 감사를 발견하고, 지금 함께 있음에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조금 더 오래오래 형님이 우리와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막내가 장가가는 날 활짝 웃으며 그동안 아이들 키우느라 수고했다고 후련함을 나누고, 즐거운 노후를 함께 즐기며 살았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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