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 먹보들의 쟁탈전
우리집 식구들은 디저트를 즐겨 먹는다.
뭔가 화려하게 챙겨먹는 건 아닌데 셋이 같이 식사를 하는 주말에 식당에서 나올 때 준이는 "이제 디저트 먹어야지!" 분명 배가 부르다고 밥숟가락 놓은지 5분도 안지났는데 말이다.
신랑은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고
나는 과자를 좋아하고
준이는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모두 좋아한다.
우리 아빠도 과자를 좋아하셨다. 아니 간식이라면 다 잘 드셨던 것 같다. 지금도 여전하셔서 친정에 가면 간식이 들어있는 통이 거실에 항상 놓여있다. 어렸을 때는 엄마가 사둔 과자를 서로 숨겨가면서 먹었고, 아빠가 내 과자를 먹는 날이면 그날 저녁은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다. 그래서 보다못한 엄마는 생일선물로 농심 감자깡을 한박스 사주신 적도 있다. 그 과자박스는 항상 내방 문 뒤에 있었고 내 허락이 없이는 아무도 손을 댈 수 없었다.
우리집도 마찬가지다. 아이스크림을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신랑은 준이가 먹고싶어서 사둔 것, 내가 먹고싶어서 골라둔 것 게의치 않고 먹는다. 달랑 한개 남은 아이스크림도 준이가 오면 또 찾을테니 조금만 참으라고 아무리 말해도 아침이면 빈 봉지만 싱크대 위에 올라가 있다. 아예 보이지 않게 먹고 쓰레기를 치워버리면 모를까 꼭 다 티가 나도록 그렇게 둔다. 너무 얄밉다.
오늘도 역시. 한참 공부를 마친 준이가 저녁을 먹기 전에 아이스크림을 찾는다. 지난주에 사둔게 있었고, 한개가 남아있는 걸 확인했는데 웬걸 역시 없다. 준이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줄넘기 학원을 데려다 주고 오는길에 엄마가 사다주마 하고 달랜 뒤 저녁을 먹였다. 공부하고 먹어야지! 했던 아이의 들뜬 마음을 아빠는 아는지 모르는지 있으면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지! 했을 신랑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줄넘기 학원에 데려다 주고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가 열댓개를 집어든다. 준이가 좋아하는 비싼 파르페 아이스크림도 잊지않고 챙겨 담는다. 바 아이스크림이 500원인 것에 비해 5배는 되는 아이스크림인데 오늘은 특별히 준이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꼭 사주겠다고 했던 메뉴이다.
사실 지난주에도 열댓개 사둔 아이스크림 중 내가 먹으려던 2가지가 하나는 신랑 입으로~ 하나는 준이 입으로 들어갔다. 서로 취향이 달라 서로의 것을 먹는 경우는 드문데 여름이 되니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나보다. 그래서 오늘은 모든 종류를 3개씩 담았다.
오는 길 신랑과 통화할 일이 있어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스크림을 물었더니 역시 얄밉게 "내가 어제 밤에 먹었지~!" 앞으로 한개 남았을 때는 참아주길 부탁했지만 그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아직 여름이 한참 남았는데 각자 아이스크림 통을 만들어줘야 하나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