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미야~해미야~

애미야 아님

by 오붓한일상

작년 추운 겨울 우리집에 작은 친구 한마리가 왔다.

드워프 햄스터. 준이의 유치원에서 키우고 있던 햄스터들이 새끼를 4마리 낳았는데 키우고 싶은 아이들에게 분양을 했다. TV동물농장과 에그박사 매니아인 준이는 항상 뭔가 키우고 싶어했는데 이번 기회에 손을 번쩍 들고 "저요!"를 외친 것이다.


당근마켓을 통해 집을 장만하고 이것저것 꾸밀 것들을 챙긴 뒤 유치원에서 일주일 정도 동물에 대한 마음을 교육받고 집으로 데리고 왔다. 몸은 하얀색, 작은 몸집에 오물오물 귀엽게 먹이를 먹는 친구. 준이는 '해미'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다.


추운 겨울 해미가 온지 8개월째. 여름이 되었다.

마트에서 사료(?)를 사서 적당히 주다가 매일 해바라기씨만 먹는 해미를 위해 햄스터 먹이를 검색해보았다. 햄스터는 '소동물'로 분류되고, 매우 다양한 사료와 간식, 장난감, 은신처 등등 놀라울만큼 다양한 것들이 있었다.


어떤 종류의 먹거리를 좋아할지 몰라 소분해서 판매하는 것들이 많았는데 곡물이나 꽃 등을 말린 자연식 사료도 있었고, 유산균, 소면 간식, 웨하스, 치즈, 말린과일 등등 ... 이것저것 담다보니 장바구니는 금새 묵직해졌다.


한 동안 잘 지냈고, 잘 먹었는데 어느날부터 해미는 철사로 된 집을 갉갉갉... 이를 가는건지 자꾸 반복적으로 철사를 갉아먹고 있었다. 페인트가 칠해져 있는 굵은 철사여서 해미에게 문제가 생길수 있고, 밤새 갉는 소리로 신경이 쓰이던 중 무슨 의미의 행동인지 찾아보았다.


정형행동.

햄스터의 집이 좁거나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반복적으로 의미없이 하는 이상행동 중 하나였다. 그러고보니 종종 베딩이 없는 바닥을 박박박박 긁거나 집 측면을 매우 빠른 속도로 디깅하는 행동을 발견했는데 그것 또한 정형행동 중 하나라고 확인할 수 있었다.


신경을 쓴다고 이것저것 시도해봤는데 사람의 생각과는 달리 햄스터가 스트레스 받는 요소들은 참 다양했다. 청소해줄 때는 햄스터의 체취가 뭍은 베딩을 1/3 정도 남기고 나머지만 바꿔줘야 하고, 야행성이라 낮에는 조용히, 잠잘 때는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삶의 패턴이 다른 동물이라 시끌시끌한 우리집은 해미에게 힘든 환경이었던 것 같았다.


키우겠다거나 햄스터를 잘 아는 분께 재분양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해미야~~"라며 귀여워하는 준이에게 친구를 다른 집으로 보내버리는 속상함을 주고싶진 않아 환경을 바꿔줘보기로 했다. 이 작은 동물이 뭐라고 매일밤 갉갉거리는 해미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간 밥을 챙겨주면서 정이 들었나.


테라스에 내놓은 큰 리빙박스를 깨끗이 닦고 아래에 베딩을 두껍게 깐 뒤, 쓰지 않는 작은 나무 도마와 통, 준이의 점토 장난감 등을 활용해서 3층으로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공간을 꾸며주었다. 햄스터는 활동성이 높은 동물이라 챗바퀴 말고도 디깅할 수 있는 공간과 파이프를 활용한 미로 공간 등등 다양하게 해주는 것이 좋은데 당장 집을 꾸며주려니 주말을 앞두고 배송 기간도 있어 집에 있는 재료로 이것저것 만들었다.


밤이라 활동을 시작한 해미를 넣어주고 위험 요소가 있는 곳들을 수정하고 수정하기를 여러번. 밤 12시쯤 시작했는데 벌써 새벽 4시가 되었다. 해미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걸 보니 이제 좀 나아지겠지 안심을 하고 나도 잠이 들었다.


처음에는 바뀐 환경과 동선에 어리둥절 하던 해미는 슬슬 적응이 되었는지 사다리도 타고, 잠자는 공간도 새로 정해 구석의 통 속에 베딩을 깔고 잠도 잘 잔다.


오늘은 해미의 간식과 먹이가 얼마 남지 않아 새로 구매하는 날. 잘먹는 사료는 어느정도 파악이 되었고, 이번에는 젤리와 소면 간식을 사줘야지. 햄스터는 1~2년 정도 살 수 있다고 하던데 마음은 마치 아이를 키우는 것 처럼, 살아있는 작은 생명체가 건강하게 지낼 수 있게 신경써야겠다.


"해미야~ 해미야~ 해미야아~~"

목소리 높여 친구를 부르는 준이의 목소리가 밝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우리들의 별난 하루 [YOU, 별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