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고 싶지만 부대껴야 하는 삶
나는 혼자 있는 것이 좋다.
때로 누군가 묻는다. 어디에서 뭘 하는걸 좋아하냐고
"혼자 집에 있을 때가 가장 좋아요"
(꼭 '혼자'를 수식어로 먼저 써야 한다)
목적지 없이 보이는 길을 따라 혼자 걷는 것이 좋고
혼자 걷다보면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이런 생각, 저런 생각으로
누군가의 말과 생각에 엉키지 않으면서 나만의 생각으로 점점 단순해지면서 편안함을 느낀다.
지금은 혼밥이 유행이지만,
라떼는 혼밥을 어떻게 하냐며 어색해 할 때
메뉴 선택에 불편함이 없는 혼밥이 좋다고 말할 수 있었고,
혼자 서점에 들어가 느릿느릿 책과 책 사이를 걸으며
요즘 유행하는 책, 관심있는 분야, 사고싶던 책들을 열어보며
서점의 향기를 즐기는 것이 너무 좋다.
대부분 혼자 가는 편이지만 누군가와 전시를 보러 같이 갈 때면
출구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각자의 속도에 따라 작품을 충분히 즐긴다.
누가 더 늦게 출구로 도착했던 그건 중요하지 않았고,
상대를 기다리며 서로 언제 나오냐고 묻지도 않았다.
혼자가 편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현실은 혼자있는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 것 같다.
아니 사실은 혼자가 좋다던 나의 생각은 이기적인 생각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혼자가 좋지만 부대껴야 하는 삶이 진짜 삶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결혼을 하고 가족이 생기고, 같은 화장실을 쓰며 서로의 체취를 느끼는 것
죽자고 싸우면서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같은 밥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고
현실의 문제들을 걱정하며 서로 잘 살아내자는 약속을 하는 것
직장에 다니며 조직 속에 살아가는 것
서로를 욕하면서도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고
같은 성취감을 느끼면서 수고했다고 애썼다고 토닥일 수 있는 것
글을 쓴다는 이유 하나로 온라인에서 만나서
얼굴도 모르는 사이면서 서로를 독려하고 응원하는 이유는 뭘까
서로의 다른 삶이 만나고,
다른 생각이 섞이고, 부딪히면서
왜 그렇게 같이 잘 살아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
어찌보면 결국 삶은 누군가와 부대끼더라도
그 안에 섞이고, 부딪히고, 엉키면서 풀어내며
일상의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혼자'는 편할 수 있지만
결국 고달픈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해서
혼자는 오래, 멀리 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는 지금도
준이는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하며 노래를 부르고
신랑은 거실 소파에 누워 노래를 부르고 있다.
절대 혼자일 수 없는 삶.
그 속에서 혼자이고 싶은 나는 부대끼며 같이 살기를 배워간다.
같이 살기는 나에게 여전한 숙제이다.
문득 탈출하고 싶고,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지만
현실로 돌아와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빈 공간을 채워가는 것을
나의 숙명이라고 깨달으며 애쓰며 살아가겠지.
지금 당신 옆에 당신을 부대끼게 하는 누군가가 있는가
누군가와 엉키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느끼는 당신이라면
나랑 같이 마음을 비우고, 마주보며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짓는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깨달아보자.
뜨거운 여름 뜨거운 발바닥을 내 다리에 갖다대며
시원하다고 빙긋이 웃는 준이를 보며 하루하루 같이 살기를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