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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우리가 될 수 있는가1

언젠가 네게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길

by 모호씨

내가 이런 사람인 것을 나의 탓으로 몰아세우는 것에는 부당한 면이 있다

사람은 자신이 선택할 수도 없었던 많은 것들로 인해 자신의 모양의 대부분이 일찍부터 정해진다

당연히 선택할 수도 없는 유전자의 영향 아래에 있는 외모 체질 질병 등 뿐이 아니라

내가 어떤 말을 배우는지 내가 어떤 것에 익숙해지는지 따위는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게 대부분이고

내가 분별할 수 없을 시기에 내가 너무 많은 것에 노출을 당하였기에

내가 어느 시점에서 부터는 분명히 원하지 않는 습관과 습성 취향 심지어 꿈 까지도 지니면서 살아가야 한다

프랑스를 좋아하게 되어도 몇 일이면 쌀 밥을 그리워 하게 되는 것이 나일 것이다

그래 음식들 내가 고기를 좋아할지 채소를 좋아할지 버섯을 먹을지 안 먹을지 밀과 우유를 무리없이 소화시킬 수 있을지

그리고 또 말 영어나 프랑스어가 아닌 왜 한국어를 쓰는지 뿐 아니라 내가 부드러운 말투를 쓰는지 세고 냉정한 말투를 쓰는지 따위에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내가 대학 시절 연기를 할 때 나를 가장 힘들 게 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나의 경상도 사투리이었다

그 시절 내가 부단히 고치려고 노력을 했음에도 흥분하면 또 나오고 마는 나의 그 억양 때문에 난 마음 고생을 꾀나 했다

우리 부모님이 서울에서 나고 자라셨다면 내가 그런 문제를 겪지는 않았겠지

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원치 않는.. 내가 일탈하려고 마음을 먹게 되는 순간부터는 내게 넘어야만 하는 높은 울타리가 되는 수많은 모양들을

너무나도 이른 시기에 나도 모르게 벌써 지니고 있는 것이다


W 심플.

P Dev Benja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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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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