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네게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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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짐이나 의지만으로 내가 나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를 어린 애처럼 만드는 나를 아무 것도 모르는 바보로 만드는
다른 어떠한 공간 안에서만 나는 다른 내가 될 수 있다
더이상 내가 먹을 수 있는 것도 없고
더이상 내가 느낄 것도 없을 때
나에게 익숙하지 않는 무엇을 계속 가져다 주는 바람 숲 바다 목소리
그곳에 내가 나를 밀어넣고 살아내야지 견뎌내야지
그때야 나는 다른 내가 되고 마는 것
그렇다 우리는 우리를 만들지 않았다
그렇다 우리는 우리를 만들 수가 없다
다만 우리는 우리를 만났을 뿐
탄생 때 할아버지의 아이를 만나고
서너 살 때 엄마의 아이를 만나고
일곱 살 때 나라의 아이를 만나고
열세 살 때 아빠의 아이를 만나고
그렇게 다만 만나 그이의 옷을 입은 채
어색하게 이건 아닌데
그래서 나는 누군데
불편한 이질감만 느끼면서 살아 온 것이지
그렇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나를 만들 수 없다
나의 하루가 나의 동네를 벗어나고
내가 엄마와 아빠의 식탁을 벗어나고
언젠가 부터 내가
부모님의 식탁에서 숟가락을 들고 방황하게 되었다면
그럼에도 그건
나를 엄마의 아들처럼 보이지 않게 만든 그것은
내가 아니라
나의 선생
나의 친구
나의 사랑이었음이 틀림없다
내게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강요하는 허나 내가 견디고 싶은 사람
그 사람의 체계들
그 사람의 취향 향기 생각 습관 습성들
욕망 궁금해서
단지 내가 만들지 않았기에
내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이 나를 벗어나 있는 바깥을 향한 욕망
그래서 기어코 다른 것들 보고
그러다가 마음을 뺐기고
결심을 하고 탈주를 하고
바보가 되어 아이가 되어
온 마음과 온 하루를 다 쓰곤 했지
그렇다
우리가 마음 먹을 것은
내가 아니다
나를 어찌 알 것인가
나의 하루를 24시간을 매분 매초를
공격해대는 자극들에서 내가 어찌 춤출지 내가 어찌 매번 조종간을 잡을 수 있겠는가
단지 견디다 익숙해질 뿐
그래 바뀌는 것은 다만 익숙해지는 것
충돌 저항 후에 얻은 일시적인 평화
그러므로 우리가 마음 먹을 것은
단지 사람, 공간 그 뿐이다
내가 선택해서 견딜 체벌
바보가 된 다음 다시 서서히 배워가고픈 양식
그래 세트 개별이 아니 조합이고 체계
새로운 세트 새로운 강제 새로운 법칙 새로운 게임을 만나야 한다
내가 저항하고 내가 실패하여도
내가 이방인인 채로라도 적당히는 숨으면서 살고싶은 땅
그래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하고
애쓸 일을 선택하고
살 곳을 선택하고
그리고 그곳으로 가 견디는 일 뿐
그 또한 완벽히 벗어나는 선택이진 못할 지라도
엄마를 닮은 여자였다 할 지라도
세상에 꼭 똑같은 선도 네모도 양식도 없기에
나는 나를 찾아서 너를 기꺼이 만나고
너를 따르고
또 네가 가자는 곳으로 기꺼이 가 보는 것
단지 네가 나를 알고 있다 믿으며 말이야
나의 빌어먹은 유산으로 너에게 저항하고
나의 사랑으로 너에게 항복하고
그리고 언젠가 얻은 너와 나의 평화
완벽하진 않지만 이보다 더도 없다는 정도로 변한
나에게 나 그리고 너에게 너
W 심플.
2017.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