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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집합

언젠가 네게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길

by 모호씨

그러고 보면
사랑한다는 말과 좋아한다는 말은
정말이지 헷갈리지 말아야 하는 말
좋아하는 것은 감각에 결정적으로 각인된 기호
훈련되었을지라도 현재로써는 완성된 감각의 반응
범주이지만 의지가 필요없다는 뜻에서 비인간적인 자동의 작용
사랑한다는 말은
어떤 것을 어떤 땅을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좋아함에 충분되는 것이 아니다
존재는 하나의 이름으로 말해진 공간과도 같은 것
나누어가면 존재가 보이지 않고
모아가자니 존재임에 거슬리는 불순물도 많아
눈을 딱 감고 느슨하게 부르고 불리는 모음 같은 것
존재를 좋아할 수 있나
아니 존재를 다 좋아할 수 있나
석양이 지는 한강이 아름다워 사진을 찍는 이들에게
눈치없는 이가 말하네
저 멀리 한 사람이 강물로 뛰어드네
찍은 사진을 몰래 다시 확인하는 사람들
아름다운 그 안에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또 벌어졌던가
가령 여자의 과거에 흔들린 남자는
부모의 과오를 폭로받은 아들은
실수를 해버린 누군가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자연은 우리를 포함하는 자연은
개념을 가진 이에게는 늘 실수를 해대는 불완전한 실재들
평균을 그어 올린 선 주위에 잊혀지는 수 많은 데이터들
사랑하는 사람을 다 좋아할 수 있는가
사랑하는 땅을 다 좋아할 수 있는가
좋아한다는 말은 고백이겠지만
사랑한다는 말은 다짐이겠지
너무나 인간적인 한번 말한다고 기록해 둘 수도 없는 비사실
나는 그것을 정말 사랑했다
나는 너를 정말 사랑했다
나는 내 삶 안에서 너를 사랑했다
지금은 할 수 없는 말
뱉기 위해서 눈을 감고 오래도록 반성해보아야 할 말
...그래 나는 너를 사랑했다
그것은 너는 아직도 보여주지 않는 것들이 많으니
그것을 너를 다 좋아한다 확신할 수 없으니
하지만 내가 너를 사랑한다 말한다면
나는 나의 감각을 깨고 짓고
나의 개념을 깨고 짓고
그 퍼지는 연기같은 너를 다 안아내는 커다란
그러나 너와 내가 분명히 이해할 한 집합을 만들어야 하리
아이는 우리의 경험과 기대와 지식을 벗어나지만
밤새 울고나면 다시 그의 방으로 가 그 이름을 불러 깨워야하리
지우면 쉬운
그러나 지우면 곧 네가 아닌 것 같고
모으면 또 금새 내가 모르게 되는 너
그러나 나는 좋아해서 절로가 아니라
매번 부딪혀 어렵게 사랑해낸 사람이어야지
어렵게 사랑을 생각해낸 사람이어야 하지

W 심플.
P Austin Chan.



201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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