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 비
비가 내립니다
어디에서 모아온 운명일까요
어느 곳들의 풍경이 점처럼 갈라졌다가
이곳에 내 앞에 섞자는 듯 내리는 걸까요
나는 한 순간도 체 나이지 못하고
겨우 피해서 털어내고는
고작 망설입니다
망설이는 순간은 나로 열외 된 것이지만
세상은 이미 다 변해버렸고
나는 다만 뛰어들 마음만 먹어야 합니다
공부를 하러 간 카페에서 배가 고팠습니다
커피 한 잔이면 두 시간은 있어야 하는데
배가 고파 한 시간만에 나오면서
마침 비가 그쳤다 했습니다
버스를 내리자 비가 쏟아져 내렸고
배달하는 오토바이가 코너를 돌다 넘어졌습니다
나는 도와주러 달려들지도 않고 가만히 서 바라보았습니다
도와주러 가는 나와 가만히 서 있는 나
비 속을 뛰는 나와 비를 보는 나
뭐에든 관해 생각이 많아진 나는
당신에게 철없는 투정을 해보았습니다
당신 때문에 내가 잘해야만 한다고
나는 사실 잘 해 본 적이 없는데
당신 때문에 내가 집을 나섭니다
빈 가방에 넣을 것들을 고민하다가
당신은 내 가방을 탓합니다
어깨가 아프니까 필요한 것만 넣지 그랬냐고
비가 내려 풍경이 변하고
당신따라 하루가 쉭쉭 변하고
아가같은 나만 발을 꼼지락
나는 비도 바람도 향하는
큰 나무나 될 것처럼
번개까지 향하는
큰 나무가 될 처럼
밖이 안으로
안이 밖으로
그런 건데
고작 손바닥만한 안으로
열두 뼘 너를 안겠다고
W 심플.
P Glenn Carstens-Peters.
2017.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