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오 Aug 26. 2017

너는 나란 실패 앞에서 준비운동을 한다

오늘 날씨 맑음

적당히 깊은 물을 고른 것처럼
너는 나란 실패 앞에서 준비운동을 한다
발가락으로 콩콩 뛰면 어푸어푸할 수 있는
깊이가 재미가 있다고
지네 오빠가 쉬운 훈수를 한다
나는 때로는 말도 없이 기다린다
처분은 내리는 것이지 나누는 것이 아니다
외로움에 사묻힐지
불안한 도주를 이어갈 지는
신발이 정할 일은 아닌 것이다
물은 무늬가 없다
물은 바람이나 돌이나
첨벙이는 발등이나
휘젖는 손바닥에
메아리짓는 것
너를 전할려고 나는 다만 더 깊고 넓은 것에 잠긴 채로 있다
신발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운동화를 신으면 꼭 뛰고야 만다
나는 어쩌면 네 운명처럼 낡아 있고
너는 어쩌면 내 운명처럼 나를 익숙해 한다

W, P 심플.


2017.08.26

매거진의 이전글 불은 나를 태우는 동안 살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