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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Aug 27. 2017

나무는 새를 낳는다

오늘 날씨 흐림

1
나무는 새를 낳는다
가지말라고 제 발 밑에 묻은 것은
빌어도 제 그늘 땜에 말라죽는다
그럼 눈이나 좀 보고
얘기나 좀 나누자고
어르어 안아 올리면
아 날으기 딱 좋은 높이다고
머언 곳
잡을 수 없는 건
때릴 수도 없는 시선이어서
소식이나 들려주면 된다고
몇 년전 부터 고개를 버릇으로 끄덕이던
조금만 다니다 돌아올게요
아 적당한 핑계라서
엄마 이만 나를 보내 주기로 하셨죠

2
우리 가족은 오늘부터
다른 이름으로 살기로 했다
레오나 엠마
적당한 강의자리라도 하나 얻으면
선생님 부부 같은
조촐한 형식 쯤은 파낼 수 있으리라
알뜰한 재주에
가른 얼마 간은 쓰리지만 저 땅으로
내 지난 이름을 쫓은 이들에게
허상이라도
헛풍선 바람에 팔이라도 내저으라 보내고
우리는 그덕에 더 많은 산책을 해야 할 테지
조용한 밤이 많을 것이고
내가 정한 네 이름이나
네가 정한 내 이름은
고요함에 지독히 메아리지고
우리는 서로의 이름은 틀릴 일이 없어서
여기서 우리는 아마도 괜찮을 것이다

W 심플.
P MILKOVÍ.



2017.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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