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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Dec 14. 2017

지팡이가 가고 눈감은 내가 가지

오늘 날씨 청명한 겨울밤

너는
내가 너를 질문으로
하나 구멍으로 보는 일을
흔쾌어 하지 않았었지
가난한 자리에 가장 큰 것은
하늘로 나거나
밑으로 나거나
구멍이고
둔한자의 머리는 질문에 따라
비싸거나 싸거나
그러니 나는
너를 도망치는 봇짐 속에다도 품을 수 있고
그러니 나는
너를 해없는 길 몰래 피운 우둥불에다가 비추어 볼 수도 있다네
허나 뻥 뚫린 것이 구멍인데
깊이를 알 수 없는 질문에다
내가 뱉은 그 무슨 말이 너를 잊게 하겠는가
나는 다만
이제 너 없는 생각은
생각 하지를 못하고 있다네
하지만 내가 너를 그릴 수 없다고 해서
내가 너를 안 보고 살 수 있겠는가
지팡이가 가고 눈감은 내가 가지
너는 세상에 닿아 울고
나는 컴컴 속에 작은 빛이나 그려보지
좋은 한쌍은 못 되어도
꼭 운명같은 게
미안하네
컴컴 속에 작은 빛이
아름답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놓으면 그 누구도
더는 내게 말을 걸지 않네
귀로 보는 법은
내가 다 잊고 말았지 않은가

W 심플.
P maique madeira.



201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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