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 맑음
여기에 가마솥 하나가 있다
이름이 반쯤 지워진
나는 레시피는 믿지 않기에
다만 잡다를 넣어 볶는다
혹은 물을 붓고 푸욱 끓인다
허기는 말을 뱉는다
탕과 볶음은 언제나 그럴 듯한 한 접시를 빚는다
여기에 맛은 없다
다만 여기에 오늘 잡은 잡다가 있다
무엇을 낚을 수는 없다
다만 낚을 때까지 찌를 던지는 것
하지만 나는 믿지 않기에
다만 잡다만 넣어 푸욱 끓이거나 자주는 쉬쉬 볶는다
단순하게 못한 간단하게로
70억 개의 얼굴과
2조개의 은하
하나의 생명과
그를 닮은 하나의 질문과
끝없는 두통으로
나는 산다
시라기 보다 일기이고
창작이라기 보다는 심문이다
자백해라
때로는 내가 기억하지 못한 일들까지
나는 기꺼이 말한다
그 말들마다 꼬옥 내 이름이 붙는구나
아하 나는 죄인이구나
W 심플.
P Cherry Laithang.
2018.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