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오 Jan 02. 2018

다만 여기에 오늘 잡은 잡다가 있다

오늘 날씨 맑음

여기에 가마솥 하나가 있다
이름이 반쯤 지워진
나는 레시피는 믿지 않기에
다만 잡다를 넣어 볶는다
혹은 물을 붓고 푸욱 끓인다
허기는 말을 뱉는다
탕과 볶음은 언제나 그럴 듯한 한 접시를 빚는다
여기에 맛은 없다
다만 여기에 오늘 잡은 잡다가 있다
무엇을 낚을 수는 없다
다만 낚을 때까지 찌를 던지는 것
하지만 나는 믿지 않기에
다만 잡다만 넣어 푸욱 끓이거나 자주는 쉬쉬 볶는다
단순하게 못한 간단하게로
70억 개의 얼굴과
2조개의 은하
하나의 생명과
그를 닮은 하나의 질문과
끝없는 두통으로
나는 산다
시라기 보다 일기이고
창작이라기 보다는 심문이다
자백해라
때로는 내가 기억하지 못한 일들까지
나는 기꺼이 말한다
그 말들마다 꼬옥 내 이름이 붙는구나
아하 나는 죄인이구나

W 심플.
P Cherry Laithang.



2018.01.02

매거진의 이전글 매년 우리는 더 감당할 수 없는 우리가 되어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