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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Jan 20. 2018

우리는 없고 불만이 남았다

오늘 날씨 맑음

성냥이 용감하게 제 머리를 갈아대듯
우리도 먼저 우리의 이름을 갈아버렸네
이봐 단어를 깨지 않고서 어찌 노래를 지어 부른다 말인가
당신과 내가 서로의 이름을 가지고서는
사랑이라는 공평하게 새로운 발음을 합창할 수 없었지
누가 먼저인지 기억 못 할 어느 때
이름을 벗고 맨살로 우리는 서로를 껴안았다
처절한
텅빈 실타래에 끊겨 흔들리는 실가닥 손에 들었지
적당히 먼 곳에서 우리는 과감하였다
얼어 죽지는 말자 적어도
불을 내자
여기 지명이 없는 곳이라
발음과 발음 사이라
아직은 미정인 곳 여기라
부딪혔고
깨졌고
조각처럼 터지는 불꽃을 살리려고
손을 집어 넣고 머리카락을 집어 넣고
온갖 말들을 쏟아 부었다
알고 있는 것들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들
고작 타닥일 뿐이던 고약한 과거들
무엇이 남았는가
이제는 빨갛게 오른
이 불 앞에
당신이 남았는가
아니면 내가 아직 남았는가
우리는 없고
불만이 남았다
타닥이고 휘휘거리고
이유없이 뜨겁다가
더 가까이 안으면서
침묵할 테다

사랑한다는 말을 미처 못했다
사랑의 먼지를 털고
식기를 닦고
웃음소리
성난소리
울음소리를 내고 세우다
사랑의 텐트를 엉덩이로 누르고 있다가
바람 부는 날
비가 타닥이던 날에도
사랑한다는 말을 미처 못했다

W 심플.
P Shobhit Dutta.



2018.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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