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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Feb 14. 2018

하노이의 아침은 늘 빵빵인다

오늘 날씨 흐림

하노이의 아침은 늘 빵빵인다

내가 지나간다

너는 이리로 오진 말아라

빵빵의 의미를 되새겨야

그 지독한 촐삭임을 참아낼 수 있다

하지만 가끔은 아주 오래도록

친절히 숫자가 까내려가는 그 곳 신호등의 얼굴이 숨이 차 붉어지도록

그 우렁찬 고음을 멈추지 않는 가수들도 있다

고백하건데 그럴 때마다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신호를 생각보다 잘 지킨다

수십 대의 오토바이가 붉은 빛 건너에서 헐떡인다

그의 바퀴와 나의 샌들 사이는 고작 5센치

수를 리듬 타는 그의 바퀴에 나의 발가락은 샌들 안으로 겸손하고 

덕분에 내 서툰 오토바이의 무게중심은 높아만 간다

네가 함께라서 다행인 것은

거리에 내어 놓은 목욕의자에 앉아 머리를 박고 국수를 먹을 때

서로의 그릇 위를 서성이는 파리를 쫓아줄 때처럼

무겁게 더디었지만

단단히 버티면서 가고 있던 것이라는 것을 

늦게나마 생각해 보게 되는 일같이

사소해서 내 일기에나 쓰고 몰래 흔들린다


마른 휴지로 닦은 손으로 말아주신 반쎄오에 네가 사전을 찾아 수줍게 말한 말은 응온

아저씨는 다리를 모델처럼 4자를 하고 서서

서툰 내가 시동을 거는 동안 한참을 버티다가

나와 너와 동시에 엄지를 치켜 올리고서 웃었지

한 손과 한 발은 흔들리면서 멀어졌다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반쎄오에 얹으라고 망고를 가지러 뛰던 아이 

또 가장 자신 있게 다가와서는 가장 곤혹을 치른 다른 새우집의 막내 딸

아빠와는 다음 날 나는 친구처럼 악수를 했다

그만 달려 속으로 말해도 그는 저는 발로 가게를 질러 달리고

몇몇 손님은 기어코 골목 꺾어 너머에서라도 잡아서 온다

나는 정말로 부끄러웠다


기억나는 건 또

작은 카페 

내가 화장실을 못 찾아 나란하던 어느 아이

키우는 집 화장실에 가고 말았던

오리 스티커들이 타일 위에서 단란했고

통통한 불이 따뜻했던 아래에서 조마했던 12초간의 발사

뻔뻔하게 감사하다고 남 물 묻은 화장실 열쇠를 넘겨주었었지

그리고 일곱 개의 빈 잔들

그녀들이 수다를 떨다 떠난 자리

쟁반에다 다섯 잔을 담아 들다 비뚤게 남겨진 의자에 한 쪽 엉덩이를 실례하곤

씩씩 내쉬던 늙은 점원의 숨을 보았다

아기처럼 천천히 들썩이던 너무나 가벼운 어깨를

얼굴은 이젠 잊었지만

나는 마른 눈으로 너에게 울었다 얘기했고

너는 마른 눈을 굳이 손을 꺼내 닦아주었지

나는 그런 게 참 소중했다


어떤 발표들은 나를 초조하게 하고

이제는 자신이 없어 자꾸 또 다음을 생각하게 되고

그런 더딤이 이젠 종종 한심스럽지만

나는 그래도 그런 게 참 소중했다

나는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못 되고

나는 다리도 절지 앉고

그저 조용하게 앉아 흔들린다

그런 것이 이젠 조금은 부끄러운 것도 사실이다


W, P 레오.



201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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