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 맑음
한 뼘 기체가 사오만 원이다
예닐곱 뼘일 적 이런 것을 졸라댔었구나
(내가 겁이 나는 것은 엄마도 겁이 났을 터)
품은 넓어졌지만
여전히 허락을 맡아야 할 일들이 많다
사람에게도 자신에게도
한두 해 너그러웠던 적도 있었지만
그 해에도 좀체 지나치진 못하였고
이제는 귀가하는 방댕이처럼
오늘보다는 내일의 걱정이 더욱 많다
설선물을 고르는 강아지들 사이로 어색한 큰 키는 지갑 든 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배회했다
결심하고 한 바퀴
망설이고 한 바퀴
잊었던 흥분을 부르는 유려한 선들을 트랙삼아서
미사일에 되려 마주 달려가며
몸을 꼬아대던 나의 아이돌들을 부르는 진자운동처럼
한때는 현실의 선을 고쳐 그으며
사관학교에 입교했던 적이 있었지만
흙밭을 구르는 일보다
유려한 새 까막한 듯한 그늘 아래로
딱딱한 연극이 설어 더 따가웠다
한 바퀴 두 바퀴 열댓 바퀴를 돌고서
선배는 죽었지만 전사도 아니었고
영웅도 아니고 기형이라 했고
나는 연극도 체 못 올리고
무대 뒤 직장을 보았다
잊었고 등을 돌려 나왔지만
유려한 선들만은 15년 만에 나를 또 흔들어댄다
좋아했던 것들은
싫어할 수가 없다
가지거나 쫓지 않을 뿐
좋아했던 것들은
싫어할 수가 없다
나는 요즘 어깨를 펴달라고 사랑에게 등을 보여야 할 때가 있다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약한 소리를 굳이 하고서 입 발린 응원이라도 듣고 만다
그래 좋아하는 것들은 언젠가라도 내가 싫어하진 못 할 것들
가지거나 쫓으려고 지금처럼 부끄럽거나
등을 돌려 괜찮은 척 속고 속이거나 할 뿐
여보야 싫어할 수 없는 일들이니 우리 굳이 그만두거나 하지 말까
이 요란한 도시에서도 그리울 좋은 건물들과 장면들은 있다
등을 돌린 것에도 여전히 싫어하지 못한 것들이 있구
여보야 나 오만 원의 용돈을 주어
예민한 선택으로 조그만 판 벌여놓고
몇일 밤이라도 지새워 볼 테니
인정이나 과정 같은 건 모른 체하고
흔들리는 선 같은 것들이나 쏙쏙 뽑아 담고서 말야
나 그렇게라도 살으라고
여보야 나 오만 원치 덕담을 해주어
W 레오
P “Macross Plus” 중
2018.02.17